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이들을 겨냥해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며 또 국민 갈라치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8월 28일 ‘국민의힘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이번에 후쿠시마, 거기에 대해서 나오는 거 보라”며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건 (없고)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겨레, 2023년 8월 28일).

미디어오늘(2023년 7월 6일)에 따르면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인 2년 전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출을 결정하자 강력히 규탄한다고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오염수 방출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국제원자력안전기구) 결과에는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조태용·강대식·김기현·김석기·김성원·김태호·박대수·박진·이태규·전봉민·정진석·정찬민·지성호·최형두·태영호·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16인은 2021년 4월 29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일 국회에서 전국상인연합회와 수산물 소비 및 전통시장 활성화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된다고 주장하지만, 오염수 성분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고 처리 과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미흡하여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하여 60여 종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본 정부 강력 규탄 및 모든 정보 투명 공개 촉구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따른 안전성 문제 과학적으로 철저한 검증 및 우리 정부의 IAEA 공동조사단 참여 등 모든 외교적 노력 강구 주문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일본 정부의 어떤 조치도 용납하지 않으며 정부가 실효적 조치를 시행하는 등 적극적 외교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결의했다.

이 같은 규탄 결의안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대안에 반영됐고, 대안은 그해 6월 29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국회는 “일본정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규탄 및 오염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정파를 초월해 통과시켰다. 표결에 나선 여야 국회의원 199명 중 18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59명도 참여했다. 이들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대식 강민국 곽상도 구자근 권명호 김기현 김도읍 김미애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영식 김예지 김용판 김웅 김정재 류성걸 박대수 박진 박형수 백종헌 서범수 서병수 서정숙 송석준 신원식 양금희 유경준 윤두현 윤재옥 윤주경 윤창현 이달곤 이만희 이영 이종배 이종성 이주환 이채익 이철규 이헌승 임이자 정경희 정동만 정진석 정찬민 정희용 조경태 조명희 조태용 지성호 최승재 최연숙 최춘식 최형두 추경호 태영호 하영제 허은아(가나다순). 이날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은 박수영·안병길·한기호 3명뿐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안전성 우려 목소리를 ‘괴담’이라 치부하고, 지난 7월 4일 IAEA가 일본 오염수 해양방출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공개하자 “이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2년 전 ‘오염수 방류 규탄 결의안’에 서명한 김기현 의원은 지금은 국민의힘 당대표이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는?지난 5월 3일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올 일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정부가 밝혔음에도 일본 언론에 근거한 민주당의 거짓 선동이 계속되고 있어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언행은 중요하다. 일관성을 가져야 하고, 소신이 함부로 바뀌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이 국민과 한 약속일 경우 더욱 그렇다. 2~3년 전 김기현 의원의 발언을 되돌아 보자.

김 의원은 2020년 10월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하고, 국회 차원의 결의안 통과에 우리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국제환경단체 및 일본 내 학계에서도 오염수 방류가 우리 동해지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기에 일본 측 검증에만 의존한 정부 입장과 정보를 신뢰해달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다 객관적 절차와 과학적 검증을 통해 신뢰성 확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검증 과정에서의 한국 참여를 비롯해 일본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울산매일, 2020년 11월 22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제221회(2023년 7월 30일)에 따르면 김기현 의원은 이날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알프스라고 하는 다핵종제거설비를 예고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삼중수소, 트리튬이 남아 있고 이것은 각종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국회 의안기록정보시스템에서 확인되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국회 안건은 모두 7건이다. 일본은 2021년 4월 13일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을 내렸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가세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결의안을 채택해 처리했다.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2021년 4월 16일 의원총회에서 “일본 따위에게 오염수 방출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빌미도 우리가 먼저 제공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검증TF 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5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를 마실 수 있다는 영국 교수를 불러 간담회를 열고 후쿠시마 수산물을 먹어도 된다는 주장을 하게 했다. 그런데 2020년 10월 19일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즉시 대통령께서 나서서 일본 정부에 강력한 우려를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외교 채널을 가동해 방류 피해가 예상되는 주변국들과 공조해 일본을 압박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에 방류 이외에 대안은 없는 것인지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염수의 방류량과 오염의 농도가 생태계에 적정한지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우리 동해 앞바다를 더럽힐 수 없습니다.”라고 발언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태도가 돌변했다. 2년 전 자신들이 했던 국회 결의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요구했던 내용과 같은 지금의 야당 주장들을 ‘괴담’ 운운하고 있다.

연합뉴스(2023년 6월 30일)에 따르면 “국회, ‘日(일) 오염수 방류 철회 촉구 결의안’ 채택. 與(여) 집단 퇴장”이란 기사가 나온다. 국회가 6월 30일 본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및 수산물 안전성과 어업인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을 의결했다. 결의문에는 후쿠시마사고가 인류역사상 최고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최고레벨 등급의 대형사고라는 점이 명시돼 있으며 “단순한 오염수가 아닌 핵폐기물을 바다에 방류하는 것”, “방사능 오염수로 인한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수산물 방사능 오염 가능성만으로 수산업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 등이 언급됐다. 구체적인 5가지 결의사항으로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규탄 및 철회 △우리 정부의 국제해양법제판소 제소 및 잠정조치 △우리나라 해역에 대한 방사능물질 감시 확대 및 예측 고도화 △수산물 소비 촉진 방안 강구 및 어업인 보호 대책 마련 △IAEA에서 독립된 제3의 전문가집단이 원전 오염수 검증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야당의 주도로 이뤄진 이 표결은 여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172명의 의원이 참석해 찬성 171명, 기권 1명으로 의결됐다. 통과 직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후쿠시마 청문회 관련 양당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결의안을 처리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 없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단체장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관련 ‘빈말’ 또는 ‘말바꾸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인 2020년 10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경우, 한일 양국 법정과 국제재판소에 제주도가 앞장서서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제주와 대한민국은 단 한 방울의 후쿠시마 오염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오염수는 일본의 바다로만 흘러드는 게 아니다. 우리 제주를 포함해 태평양을 접하는 나라들이 모두 당사국”이라며 “독일의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는 200일 만에 제주에 닿고, 80일 이후에는 동해 앞바다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오염수 농도를 낮춰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정부 쪽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위험성 지적이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이어 “나는 제주도지사로서 우리 영해와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제주 앞바다를 지키는 것은 이 바다로 연결된 모든 나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겨레, 2020년 10월 20일).

박형준 부산시장도 2년 전과는 다른 입장을 페이스북에 내놓아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마이뉴스(2023년 8월 29일)에 따르면 ‘박형준 “오염수 선동” 비난, “말바꾸기”로 되받은 민주당’이란 뉴스가 나온다. 박 시장은 IAEA의 검증 결과와 북남미 나라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지 않단 점을 거론하며 “그런데도 민주당이 인류 최악의 환경 대재앙이라고 국제사회에서 씨도 안 먹힐 비과학적, 비상식적 논리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은 우리 국격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박 시장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4월 14일,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주부산일본총영사관 측에 전달했다. 서은숙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2년 전엔 올바른 목소리를 내놓고, 정작 방류가 진행되는 지금은 민주당을 향해 괴담을 그만하라고 얘기하고 있다”라며 노골적인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국민이 걱정하는 건 안전이고, 이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싸울 때가 아니”라며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책임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과 관련, 잠정조치를 포함해 제소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장관급 관료들이 엇박자를 드러나 실망을 안겨주었다. KBS뉴스(2023년 7월 4일)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오염수 안전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라는 기획뉴스를 내보냈는데 문재인 정부의 고위 관료가 일본 정부를 옹호하고 IAEA를 신뢰하는 발언이 나온다. 강경화 당시 외교부장관은 2020년 10월 26일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일본 관할 내 사항이기 때문에 주권적 영토 내 사항이고, 일본에는 투명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면서...”라며 방류 문제가 일본의 주권 사항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2021년 4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우리가 볼 때 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저희가 굳이 반대할 거는 없다고 봅니다.”라고 말해 여야 모두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우리 정부가 일본에 오염수 문제를 제대로 어필한 적이 없다. 한겨레(2023년 4월 10일)는 ‘윤석열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우려·유감·반대 한 번도 없었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2021년 4월부터 지난 2년간 이 문제 총괄해온 국무조정실 발표 보도자료 10건을 분석한 결과이다. 문 정부는 2021년 4월 일본이 오염수 방류 방침을 결정하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보도자료를 냈고 그해 7월부터 IAEA가 만든 국제 모니터링팀에 한국 전문가 참가한 뒤에도 일본 움직임이 이어질 때마다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가 낸 보도자료 3건엔 ‘우려·유감·반대’ 등의 문구가 아예 빠져있다. 지난 2월 자료에서도 “오염수가 과학적·객관적으로 안전하며 국제법·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검증해나갈 것”이라고만 적었다.

보다 못한 재야 무보직 인사들이 여야당에 정파를 넘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처할 거슬 주문하고 나섰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하헌기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 이연기 전 민생당 비상대책위원, 최대집 전 의사협회 회장,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모여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초당적 국민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다(경향신문, 2023년 7월 3일). 이들은 “특정 진영의 이익이 아니라 85% 국민 쪽에 설 것”, “윤석열 정부의 비과학적, 비이성적 (오염수 방류) 찬성 입장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정부와의 무조건적 공조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 여론에 따라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는 한편, 오염수 방출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할 것”,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건강권 침해를 염려하는 국민에게 괴담, 선동 딱지만 붙이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특정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문제임을 천명하기 위해 대책위를 초당적으로 구성한 것” 등을 말했다.

우리 국민들은 여야의 민낯을 매일 언론을 통해 보고 있다. 정부 여당과 야당의 막가파식 정쟁엔 진절머리가 난다.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공화국인가. 삼권분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대통령 한마디에 여당 의원들이 몇 년 전 자신들이 한 결의를 손바닥 뒤집듯하고 있다.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우리국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에너지로 일본에 전방위 압박외교를 해야 함에도 뜻과 힘을 모아야 할 여야가 서로 ‘총질’을 하고 있는 현실이 심히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