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 조직적인 범죄에 수백 명의 사회초년생과 청년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큰 금액의 빚을 지게 됐고 갈 곳 없는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5일 연제구 부산지법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 주최로 ‘조직적 전세사기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한 피해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kookje,co.kr

부산 전역 오피스텔에서 전세사기를 친 혐의로 기소된 부산판 ‘빌라왕’ 사건(국제신문 지난 2월 9일 자 1면 보도) 선고를 일주일 앞둔 5일 오전,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부산지법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엄벌을 촉구했다.

동래구 온천동 A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피해자 B 씨는 “경매로 넘어가자 안전한 매물이라며 징그럽게 영업하던 공인중개사는 연락이 되지 않고,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물이라던 대출 은행원은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건물은 집주인이 없어 현재 관리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쓰레기와 바퀴벌레가 들끓고 고장난 화재 경보기와 정화조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며 “전부 비주거용 오피스텔이라 국가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부산판 빌라왕이라고 불리는 30대 이모 씨는 현재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돼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씨는 전세보증금 반환 의사가 없음에도 A 오피스텔을 포함해 부산진구 가야동 B, 사상구 C 오피스텔 등 오피스텔 6곳 세입자 62명으로부터 62억4700만 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기소된 금액은 이 정도지만 피해자들은 고소가 진행되지 않거나 현재 수사 중인 곳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가 200세대, 200억 원을 넘긴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일 이 씨에 대한 선고가 예정돼 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씨는 배달 기사로 실제 오피스텔 주인인 서모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 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 씨의 명의를 빌리기는 했지만 시세 차익을 노리고 건물을 산 뒤 임대를 했을 뿐 의도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가해자는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부동산임대사업이라고 끝까지 우기고 있지만 200세대를 구입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무자본으로 시작된 임대사업, 명의도용과 금융사기, 중개사와 대출모집인, 대수의 사람이 가담한 불법행위와 범죄 행위를 양산한 조직적 사기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 측은 “전세대출 확대, 부동산 정책, 캡 투기 규제 정책 부재 등 전세사기는 국가의 정책과 관리 부실로 인한 것”이라며 “철저하지 못한 제도를 악용한 전세 사기 가해자를 사법부가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