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기사·업체 대표 극단적 선택

- 조합 “1대당 매출 500만 원 돼야
- 기사 월급 200만 원 줄 수 있어”
- 업계 공존 방안 목소리 높아져

지역 법인택시 완전월급제가 내년 8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택시기사와 업계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통해 각자 처한 상황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기사의 처우 개선과 동시에 업계가 존속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산택시. 국제신문 DB

9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이 회사 노조지부장 방영환(55) 씨가 분신을 시도해 치료 11일째인 지난 6일 숨졌다. 방 씨는 지난 2월부터 사납금제 철폐와 택시 완전월급제 정착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여왔다. 같은 달 13일 서울 시티택시 대표 A 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 씨는 코로나19 이후 회사의 차량 가동률이 떨어지며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택시업계 노사가 너나 없이 목숨을 내놓고 있다. 방 씨가 주장한 완전월급제는 현재 서울시 소재 법인택시에만 적용 중으로, 부산 등 지역은 내년 8월부터 본격 도입된다. 지역에선 월급제의 이전 단계 격인 ‘전액관리제’가 시행 중이다. 택시기사가 수익금 전액을 소속 회사에 준 뒤 그 일부를 노사 합의로 정한 비율에 따라 받는 제도다. 2019년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개정으로 기존 사납금제가 폐지되면서 생겨났다.

차이는 소정근로시간에 있다. 현재 부산지역 택시 노사는 기사가 5시간40분과 6시간40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에 따른 기사의 한 주 노동시간은 25~30시간이다. 완전월급제가 시행되면 택시발전법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반드시 주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손봐야 한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임금도 증가한다.

완전월급제 시행까지 10개월가량 남았지만, 업계는 ‘여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별다른 준비를 못 한 상태다. 서울에서도 완전월급제 업체는 소수에 그친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은 월급 200만 원을 주려면 차량 한 대당 매출이 500만 원을 넘어야 하지만 매출액은 못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더불어민주당·경기 김포시을)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2019~2022년 시도별 법인택시 대당 월평균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법인택시 한 대당 매출은 월평균 490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는 장기 휴업에 들어가거나 폐업 업체까지 나오면서 기사 일자리는 또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기존 사납금제 대신 변종사납금제(국제신문 지난해 9월 8일 자 10면 보도)도 등장했다. 최소매출액을 정한 뒤 모자란 만큼 월급에서 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전액관리제는 강행 규정이며 기준금 부족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건 위법”이라고 판단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횡행한다.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과 업계의 존속을 모두 꾀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합 관계자는 “생산성이 좋은 젊은 기사는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배달업종 등으로 넘어가 업계 가동률은 40%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업계가 마음대로 요금을 올리는 것도 불가능한데, 택시는 대중교통으로도 잡히지 않아 지원도 부족하다”며 “월급제 도입 이외에 기사와 업계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