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취재 시작되자 ‘뒷북’ 단속

부산 영도구 국유지에 무단으로 조성한 파크골프장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단속에 나서 논란이 인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일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 영도구는 이곳이 국유지를 상당 부분 침범한 채 조성된 것으로 파악했다. 조성우 기자

9일 영도구에 따르면 최근 동삼동 일대에 무단으로 조성된 파크골프장 단속에 나선 결과, 상당 부분 국유지에 조성된 것이 확인됐다. 파크골프장이 조성된 곳은 영도해녀문화전시관 인근으로 사유지와 국유지 등이 맞붙어 있다.

이곳을 조성한 A 씨에 따르면 약 2년 전 쓰레기가 가득했던 일대를 청소하고 파크골프장 조성에 착공했다는 것. 반면 영도구는 지난해 항공측량 조사 당시 이곳이 없었다며 올해 중 조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파크골프장이 무단으로 지어졌을 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 국유지에 조성됐다는 점이다. 이 씨는 사유지는 물론 바로 옆 국유지까지 침범해 골프장을 건립했으며, 국유지 사용에 관해서는 영도구에 따로 사용 허가 절차를 거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근에 세워진 건축물 2곳에 대해서도 구는 무단 신축으로 확인했다.

A 씨는 “쓰레기가 많던 부지를 청소하고 빈 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며 “아무도 쓰지 않는 곳에서 영업하는 것도 아니고 취미로 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이곳은 400여 평에 깃발 9개(9홀) 규모다. 영도구는 현재 정확한 면적과 조성 시기 등을 조사 중인 가운데, 파크골프장 토지 대부분이 국유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유지를 무단 점유해 시설을 조성하면 관할 지자체의 단속 대상이다. 건축법상 무허가 건축물과 시설 등은 적발될 경우 두 차례의 시정 명령이 내려지고, 시정 명령에도 조처가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다.

영도구는 그간 파크골프장 무단 조성에 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취재가 시작된 지난 5일 뒤늦게 단속에 나섰다. 정기적으로 무허가 건축물 등에 관한 단속을 하지만 허점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 관계자는 “건축물과 파크골프장 모두 무단으로 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규모와 조성 시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탁 영도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파크골프장 수요는 많지만 경기장이 부족해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도“관할 구청에서 민간인이 국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해 시설을 조성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