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유치원 아닌 민간 프로그램
- 전원 계획 수립 의무 없다” 일관
- 맡길 데 없는 학부모들 발동동

부산시가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보수 작업에 나서면서 이곳에서 수십 년 동안 교육을 받던 유아체능단의 운영이 내년 2월부터 중단된다. 학부모들은 시에 ‘전원(유치원 이전)’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지만 시는 “유아체능단을 유치원으로 볼 수가 없어 ‘전원’ 계획을 마련할 의무가 없다”고 맞선다.

지난 10월 23일 해운대구 부산시사회체육센터 방문객들이 센터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시는 내년 2월부터 해운대구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보수에 들어간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6~10월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 시설물 전체는 C 등급, 일부 시설은 D 등급을 받아 1년 이내 보수 공사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 기간은 1,2년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이 기간 생활관 소속 유아체능단의 운영이 중지된다는 점이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7세 반(50명) 아동은 큰 문제가 없지만 5, 6세 반(100명) 아동은 졸지에 갈 곳을 잃게 됐다.

유아체능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하며 수영, 기타 체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일반 유치원에서 이뤄지는 교육과정도 일부 진행해 학부모들은 유아체능단을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인식했다고 주장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 공간이 사라지게 되자 지난 7일 시와 유아체능단 위탁업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시를 항의방문했지만 별다른 해답을 얻지 못했다. 일반 유치원은 폐쇄 또는 이전 등의 절차를 진행할 때 법적으로 학부모와 협의하고 전원 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해당 유아 체능단은 시설 운영을 위탁받은 민간 업체가 가동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시는 전원 계획 수립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돌봄 공백’을 막기 위해 유치원 입학 여부를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진행된 부산시교육청의 내년도 유치원생 우선모집에서 유아체능단 5,6세 반 대부분이 1~3 지망 모두 탈락했다. 내년도 유치원 입학 연령인 현 4세에 비해 5,6세 모집 정원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33년 동안 동네에서 ‘인기 유치원’으로 통했다. 실제로 입학 당시 위탁 업체가 유치원 과정인 ‘누리과정’을 따른다고 홍보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홈페이지에는 유아체능단 교육활동을 소개하면서 여전히 ‘누리과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표현을 쓴다. 이 학부모는 “아동 100명이 졸지에 갈 곳을 잃게 됐는데 시는 ‘체육 프로그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출산·보육 장려 정책에 반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생활관의 안전상 문제로 휴관할 수밖에 없다. 위탁 업체를 통해 유아체능단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안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