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업체를 내세워 사실상 단독입찰임에도 경쟁입찰인 것처럼 꾸며 부산 전역에서 학교급식을 따낸 납품 업체 대표가 실형을 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정순열 판사)은 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입찰방해 혹은 입찰방해방조 혐의로 함께 기소된 A 씨의 친인척, 지인 등 18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학교급식 식자재 납품 업체 대표였던 A 씨는 2017년 입찰방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학교급식 식자재 입찰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 입찰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친인척, 지인, 직원들을 명의 사장으로 내세워 다수의 학교급식 식자재 입찰 회사를 개설하도록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학교급식 식자재 입찰·구매 계약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같은 입찰공고 건에 1개 업체가 여러 개의 가격으로 투찰하는 것을 제한하고, 서로 다른 업체명으로 투찰을 하더라도 같은 IP 주소로는 투찰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하지만 A 씨는 유령업체를 통합 관리하며 담합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실질적으로 단독입찰하면서 경쟁입찰하는 것처럼 가장해 낙찰률을 높인 것이다. A 씨는 2017년 4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입찰에 5개의 유령업체를 이용한 중복 투찰 방식으로 11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1년 8개월 동안 부산 전역의 학교를 상대로 약 400회에 걸쳐 100억 원 상당의 납품을 따냈다.

재판부는 “식자재 단가가 왜곡돼 학생들이 공급받는 급식의 질 저하가 발생할 위험을 발생시킨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고 피고인이 중복입찰을 위해 설립한 업체의 수가 적지 않다. 입찰방해 범행을 장기간에 걸쳐 수 차례 반복했고 낙찰총액이 거액”이라며 “다만 식재료 원가, 인건비 등 경비 지출을 감안하면 범행으로 취득한 실질 이득이 낙찰금액에 대비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