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신군부의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 가도를 달리며 경남 합천의 일해공원 명칭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합천군은 내년 상반기 명칭 변경에 대한 지역 여론을 묻는 공론화 절차를 추진하는 터라 16년 째 이어진 찬반 갈등이 끝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경남 합천군 합천읍 황강변에 설치된 일해공원 표지석. 국제신문 DB

합천군의회는 오는 2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여론을 묻는 연구용역 비용 3000만 원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앞서 군은 내년 예산에 연구 용역비 3000만 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일해공원은 군이 2004년 8월 황강 주변 5만 3000여 ㎡ 땅에 조성한 곳으로 총 68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조성 당시 이름은 ‘새천년 생명의 숲’이었으나, 2007년 전두환 씨의 아호를 따 일해(日海)공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당시 군은 합천이 전 씨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그의 업적을 기려 대외적으로 지역을 알려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역 사회에서는 공원 명칭을 두고 10년이 넘게 갈등이 지속된다. 공식 명칭은 일해공원이지만, 조성 당시 이름을 줄여 ‘생명의 숲’이라고 부르는 등 2개 명칭이 혼용될 정도다.

2021년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는 적극적인 행정 개입이 필요하다며 군민 1500명의 서명이 담긴 ‘명칭 변경 청원서’를 군에 제출했다. 군은 지난 6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명칭 변경을 검토했다. 그러나 군은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새 이름을 정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다만 주민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군은 연구용역 예산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합천군 관계자는 “행정이 직접 관여하기 힘든 민감한 문제다. 제3의 기관을 선정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군민 의견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될 것을 우려한다. 합천 지역이 보수색이 짙어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11명 중 9명)를 차지할뿐더러 군의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고동의 운동본부 간사는 “서울의 봄 영화 개봉 후 지역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40%가 늘 정도로 이 지역에서도 12·12 사태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영화를 본 대다수가 신군부를 향해 쓴 소리를 내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군민 의견을 듣는 절차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이 전액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의회 조삼술 의장은 “사안을 잘 살펴보겠다”고 짧게 언급했다.

앞서 2021년 도내 6개 지역 언론사가 공동 의뢰한 군민 여론조사에서는 ‘명칭 변경 반대’가 49.6％였다. ‘찬성’은 40.1％, ‘잘 모름’과 기타는 10.3％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