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닐하우스 탓 철새 못 사는데다
- 불법 하천점용·무단경작 드러나
- 구 변상금만 부과 강제철거 뒷짐
- 내년 하천정비사업 시작하면
- 오히려 불법시설물 보상해줘야

부산 강서구가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문화재 보호구역 축소에 나서면서 문화재청에 제시한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10면 보도)의 비닐하우스 대부분이 하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물로 확인됐다. 구가 생태환경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불법 시설물이 있는 곳을 대체서식 후보지로 정한 것이어서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다.

부산 강서구가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조정안을 제출하면서 제시한 대체서식 후보지 중 한 곳인 신안치등섬이 비닐하우스로 덮여 있다. 국제신문 DB

19일 강서구 신안치등섬과 수안치등섬은 비닐하우스로 덮여 있었다. 일부 비닐하우스는 하천과 맞닿을 정도로 들어서 있었다. 이곳은 구가 낙동강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존구역 축소안을 제출하면서 제안한 철새의 대체서식 후보지다. 구는 이 두 곳과 함께 ▷대저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가락동 농경지를 후보지로 내세웠다.

대저·맥도생태공원은 이미 대체서식지가 조성돼 있어 이번 제안에서의 실질적인 대체서식 후보지는 신안치등과 수안치등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대체서식지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여서 구가 기초조사도 없이 대체서식지를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 제기 등의 이유로 구가 제출한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문화재 지정구역 조정안’은 문화재청의 심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대체서식지 조성과 관련해 사전 생태환경 분석이 미흡하고 종합 세부계획 등 전반적인 준비 부족으로 보완 지시를 내렸다”고 조정안 미상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낙동강변인 이곳은 하천점용 허가 없이는 비닐하우스는 물론 어떠한 시설물도 설치할 수 없다. 점용허가를 받더라도 경작을 목적으로 하는 비닐하우스는 들어설 수 없지만 신안치등 등지의 비닐하우스 대부분이 무단 경작용이다. 구는 이 같은 무단 경작 행위에 변상금만 부과할 뿐 강제철거 등의 대응은 엄두도 못낸 채 관행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구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관행적으로 농사 짓던 곳이라 제재가 힘들다”며 “매년 범칙금 부과 조치를 이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러는 사이 무단 경작 행위자들은 변상금마저 수년째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가 불법으로 버젓이 설치된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기는커녕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로 선정해 당국에 공식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어떤 기준으로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를 선정했길래 ‘불법 비닐하우스 밭’이 포함됐는지 기가 찬다”며 “강서구는 철새보호구역을 줄이겠다는 시도를 하기 전 보호구역 내에서 판을 치는 불법행위부터 단속하고 엄정 조처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신안치등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가 하천(서낙동강)정비사업의 대상지역으로, 제방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 시작되면 이들 비닐하우스는 모두 철거된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 비닐하우스도 보상 대상에 포함돼 낙동강환경유역청은 골치를 앓는다. 토지보상법상 불법점용한 비닐하우스라도 사유재산에 해당돼 공시지가와 면적에 따라 보상을 해야 한다. 낙동강환경유역청 관계자는 “내년 공사 시작 전 비닐하우스를 전면 철거해야 하는데, 불법으로 설치한 비닐하우스 보상 문제가 얽혀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