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호텔 시행사 250억 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 범행 전모를 밝힐 마지막 퍼즐로 여겨지는 공무원 수사가 지체되고 있다. 행정 사무 전반에 걸쳐 위법성 등을 검토한 공익감사 자료 이첩이 늦어지면서다. 이로써 다음 달 내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경찰 계획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남 합천군청 전경. 국제신문DB

18일 경남경찰청, 합천군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번 주 자료 이첩과 함께 일부 공무원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돌연 연기됐다. 합천군을 방문해 실지(현장) 감사를 벌인 담당 조사관 2명이 오는 19일 자로 단행되는 내부 인사 방침에 따라 다른 부서로 전보되기 때문이다.

이들 조사관은 지난해 10월 18일부터 11월 15일까지 현장 감사를 벌인 데 이어 11월 20일부터 12월 8일까지 그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 전·현직 공무원 10여 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밀착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그 직후 경찰에 자료를 넘길 계획이었으나 행정 당국과 시행사, 대리금융기관 등의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자료가 방대한 탓에 쉽게 이행하지 못했다.

다만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공익감사 청구를 수락한 데다 현장 감사 기간까지 길어지면서 공무원 유착 등으로 인한 부적절한 업무 이행이 상당수 포착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에 감사원의 수사 의뢰 범위와 고위직 포함 여부 등이 관심을 모았지만 당분간 그 결과를 알 수 없게 됐다.

그간 중복 수사를 피하고자 공무원 소환 조사를 보류해 온 경찰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 우선적으로 이미 입건된 공무원 3명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입건된 인원은 총 20명이다. 시행사·대리금융기관 관계자 등 나머지 17명에 대한 조사는 모두 마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확인 가능한 부분부터 조사하고 감사원 자료가 이첩되면 추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지만 전문 행정 분야에서는 수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감사원에 자료 이첩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군은 2021년 590억 원 규모의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숙박시설 조성을 위해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시행사 실사주가 지난해 4월 250억 원을 횡령한 뒤 잠적했다. 시행사 실사주와 명의 대표, 부사장 등 3명은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군과 대리금융기관 간 채무 관련 책임을 가리는 재판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