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만 수가 올랐지만 수요 부족

부산지역 산부인과 중점 병원이 잇따라 분만 진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저출생의 여파로 정부가 최근 분만 수가를 대폭 인상했지만, 합계출산율 급감에 따른 분만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29일 부산시, 북구 등에 따르면 재단법인 ‘한·호기독교선교회’가 운영하는 북구의 화명일신기독병원이 오는 5월 분만 진료를 종료할 예정이다. 앞서 이 재단이 운영하는 기장군의 정관일신기독병원도 다음 달 8일까지 분만 진료를 종료하고, 산후조리원도 같은 달 29일 문을 닫는다. 병원 측은 “가임연령의 결혼관 변화, 저출산 문제 심각성 및 의료진 수급의 어려움으로 분만과 관련된 산과 진료를 종료하게 됐다. 단 부인과 질환 및 수술 진료는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화명일신기독병원도 환자에게 오는 5월까지만 분만 진료를 한다고 안내하고, 내부적으로 종료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병원의 분만 진료가 종료되면 부산 소재 분만 의료기관은 금정구 순여성병원 등 25곳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필수 의료 등을 강화하기 위해 분만 수가를 대폭 인상했다. 우선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분만 건당 55만 원의 분만 수가를 추가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을 보유한 의료기관에는 안전정책수가도 도입해 분만 건당 55만 원을 추가로 보상한다. 또 산모가 고령이거나 합병증이 동반되면 고위험분만 가산율을 30%에서 200%까지 확대하고, 상시 분만실 내 의료진 대기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응급분만 정책 수가 55만 원도 지원한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저출생의 난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분만 진료 포기 사례는 추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지역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64명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0.5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전국 평균은 0.70명이었다. 부산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자연 분만보다 제왕 절개의 분만 수가가 더 높아 그나마 병원들이 버텼는데, 이제는 아예 분만 진료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부산 분만의료기관 현황 ※자료 : 부산시 서구 4곳 해운대구 3곳 부산 진구 3곳 사하구 3곳 북구  3곳 (화명일신기독병원 5월 종료) 동구 2곳 연제구 2곳 기장군  2곳 (정관일신기독병원 2월 종료) 강서구  1곳 동래구 1곳 금정구 1곳 수영구 1곳  남구 1곳 영도구·사상구·중구 0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