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인들 “고령화에 생계 힘들어
- 1년만 더 연장을” 진정서 제출
- 구 “절차상 행정대집행 불가피”

부산 해운대의 명물이자 전국에서 유명한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철거 문제를 놓고 해운대구와 포장마차 상인이 갈등을 빚는다. 상인들은 해운대구에 자진 철거 기간을 1년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구는 1일부터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부산 해운대의 명물인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 31일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31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 뒷편에 있는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상인들은 평소와 같이 장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구가 이곳 상인들에게 포장마차를 이날까지 철거하라고 통보했지만 전체 34곳의 포장마차 상인 모두 이에 응하지 않고 이날도 영업에 나선 것이다.

구는 2021년 포장마차촌이 불법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자 상인들과 논의 끝에 철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시기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2년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줬는데, 이날로 유예기간은 끝났다.

포장마차촌은 2002년 정식으로 모양새를 갖췄다. 1980년대부터 해운대 해변을 중심으로 리어카 노점상 등이 형성돼 있었으나, 2002 한일 월드컵 등 대형 행사가 잇따르면서 구는 포장마차촌을 이곳으로 ‘정리’했다. 상인회에 따르면 이곳에 포장마차촌이 형성되기 전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는 273개의 노점상이 있었고, 이 가운데 70여 개가 이곳으로 옮겨왔다. 포장마차 모양과 규격도 정비가 됐다. 당시 구는 점포 승계나 매매는 없다는 조건을 내걸고 상인들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해운대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유명 배우들의 회식 장소로도 유명했다.

포장마차촌 상인들은 자진 철거 기간을 1년만 더 늘려달라고 호소한다. 상인회는 지난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구에 제출했다.

강영철 바다마을 상인회장은 “포장마차촌을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은 수천 건의 민원으로 공무원을 괴롭힌 혐의로 구속된 자가 제기한 것이다. 우리 상인들은 해운대와 부산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카드 결제를 비롯해 세금까지 내고 위생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이곳 상인들은 고령화로 취업 및 재창업이 힘들고 생계도 어려우니 부디 철거 기간을 올해 말까지만이라도 연장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이재희(여·67) 씨는 “상인들 중에는 팬데믹 때 생긴 빚에 허덕이는 분들도 있어 장사를 더 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상인회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 만큼 모두 이곳에서 일한 세월이 오래됐는데,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구는 유예기간을 충분히 부여했던 만큼 행정대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행정의 신뢰성 등을 감안해 예고한 대로 행정대집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자진 철거 기간을 연장하거나 일부 점포를 남기는 방안은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대집행은 사전통지와 계고장 발송 등을 거쳐 진행돼 실제 구가 철거에 들어가는 데는 최소 2달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상인회는 “구가 행정대집행을 강행한다면 우리도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