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황혼기에 이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 생존자가 해마다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남에 거주 중인 피해 생존자는 110여 명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동구 평화의 소녀상에서 일본 ‘위안부’ 피해자 사죄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국제신문 DB

28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의료지원금을 받는 강제동원 피해자 수는 지난달 기준 904명으로 집계됐다. 생존자에게 의료지원금이 지급된 이래 1000명 아래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행정안전부는 2010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강제동원조사법)을 계기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에게 연간 80만 원의 의료지원금을 지급해왔다.

생존자 904명 중 여성은 83명에 그친다. 정부와 시민모임은 의료지원금 수급자 현황을 토대로 강제동원 피해자 생존자 추이를 파악한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다른 법률의 지원을 받는 터라 강제동원 피해 의료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수급자는 1264명이었다. 한 해 만에 약 4분의 1인 360명이 세상을 떠난 셈이다. 2015년에 생존자가 1만 명 밑으로 내려온 뒤 2020년 3140명, 2021년 2400명, 2022년 1815명 등 생존자 수는 해가 갈수록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역별로는 ▷부산 40명 ▷경남 77명 ▷울산 5명 ▷경기 159명 ▷전북 105명 ▷충남 86명 ▷서울 84명 ▷전남 82명 ▷경북 68명 ▷인천 38명 ▷강원 36명 ▷충북 34명 ▷대구 31명 ▷광주 28명 ▷대전 23명 ▷세종 5명 ▷제주 3명 등이다.

시민모임은 “10대의 어린 나이에 끌려갔던 피해자마저 90대 중반에 이르렀다. 청년기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는 100세 안팎에 이르러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생활한다. 연간 80만원인 의료지원금을 확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피해자의 경험과 기억, 역사적 진실을 다음 세대에 계승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자료 수집, 피해자 구술 채록, 자료 발간, 역사관 건립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