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장마철 큰 사고날까 불안”
- 구, 3억 원 들여 일단 응급 복구

위험한 암벽으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또다시 낙석사고가 발생해 주민의 불안감이 고조된다. 아파트 주차장과 맞붙은 이 암벽은 한눈에 봐도 위험천만하지만 토지 소유주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간 안전 관리 책임 소재가 다소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됐다.

21일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옆 암벽에 낙석 방지용 그물이 쳐져 있다. 이곳은 지난 7일 암벽 일부가 낙석방지망을 뚫고 떨어져 자동차 3대가 파손하는 등 사고가 발생해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21일 오전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진입하니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거대한 암벽이 눈앞에 들어왔다. 깎아지는 듯한 급경사의 암벽 옆 주차장에는 ‘낙석 주의’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고, 안전펜스를 설치해 일부 구간의 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지난 7일 암벽 일부가 낙석방지망을 뚫고 떨어져 주차장에 세워졌던 자동차 3대가 파손됐다. 사하구의 안전점검 결과 낙석방지망과 락볼트(붕괴 방지 보조재) 다수가 훼손된 상태로,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신속한 복구와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게 구의 판단이다.

구는 이번 겨울 많은 양의 비가 내려 해빙기 낙석 사고에 취약해진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280.5㎜의 비가 내려 1905년 316.2㎜에 이은 역대 2위의 누적강수량을 기록했다. 겨울철 암벽과 토사에 스며든 많은 양의 빗물이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해빙기에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한 것이 지반을 약하게 만든 영향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이 같은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아파트에서는 2012년과 2014년, 2018년 낙석으로 인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이에 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6억 원을 들여 2만3061㎡ 규모의 급경사지 정비 공사를 실시했다. 이후 붕괴위험지역 대상에서 해제해 급경사지 C등급으로 관리했고, 지난해 해빙기 안전점검 결과 급경사지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올해 다시 사고가 난 것이다.

지자체의 관리대상이 아닌 급경사지는 소유주가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2종 시설물로 등록해 정기 안전 점검과 유지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암벽은 토지 소유주가 총 3명이고, 안전관리 문제를 놓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책임 소재가 애매해 2종 시설물 등록이 미뤄진 상태다.

주민 A(50대) 씨는 “낙석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불안하고 장마철 큰 사고로 이어질까봐 걱정된다”며 “땅 소유주가 관리할 여건이 안 되고 입주자대표회의도 이곳이 아파트 땅이 아니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구는 우선 3억 원을 투입해 응급 복구에 나섰다. 다만 구는 준공 승인 당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아파트 측에 제시한 조건을 근거로 낙석 등 안전사고 예방의 주체가 입주자대표회의에 있다고 본다. 구 관계자는 “오는 6월 우수기 전 긴급 복구 공사를 끝내고 아파트 측에 2종 시설물 등록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며 “아파트와 협의를 거쳐 재난특별교부세 신청 등 정밀 진단 예산 마련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