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는 부산지역 등 전국 의대 교수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 처분의 유연한 대처와 함께 의료계와 건설적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2000명 증원 백지화’를 내건 의대 교수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 참석한 교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 따르면 25일 고려대·순천향대·연세대 의대 등에서 수백 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울산대 의대 수련병원 교수 433명은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부산지역에서도 자발적인 사직이 이뤄진 가운데,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부산대(555명), 동아대(176명), 인제대(623

명), 고신대(150명) 의대 교수는 아직 대학 측에 사직서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이날 소속 교수가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거나, 사직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의대 교수들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증원 수와 관련해서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과 상관없이 사직과 주 52시간 진료 시간 축소를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수의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등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의대 증원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의대 증원 수가 조정되면 증원 자체를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한 비대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전공의의 의사 면허 정지 처분과 관련해 유연한 대처와 함께 의료계와 건설적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한 실무적인 절차를 빠르게 이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빨리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의대 교수는 전공의가 조속히 병원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해 주고 전공의와 함께 개혁 논의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