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서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뇌출혈 등 증세로 입원한 뒤 10일 만에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여성의 사망 사유가 남성의 폭행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에 나섰다.

경남경찰청. 국제신문DB

경남경찰청은 상해치사와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20대 A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께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 있는 전 여자친구 B(20대) 씨의 주거지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무단 침입해 B 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B 씨가 만남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사건 전날에도 같은 이유로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전치 6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그런데 B 씨는 지난 10일 패혈증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끝내 사망했다. 이는 2개 이상의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B 씨 부모의 신고로 A 씨를 상해죄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B 씨가 숨지자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를 승인하지 않아 A 씨는 풀려났다.

검찰은 사건 발생 당일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상해 사실을 인정한 점, A 씨가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에게 행적을 알려준 점 등에 비춰 긴급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 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국과수는 “1차 부검 결과 폭행 당시 발생한 경막하출혈량이 소량이라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구두로 의견을 냈다.

경찰은 조직 검사 등을 거쳐 보다 정확한 B 씨의 사인이 나올 때까지 3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등학교 동문에다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한 A 씨와 B 씨는 최근 3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쌍방 폭행을 포함해 데이트 폭력 11건이 접수됐으나 대부분 양측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아 종결됐다.

B 씨는 숨지기 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분석 등 추가 수사를 통해 스토킹 범죄 등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 과실 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종 부검 결과를 보고 수사를 더 진행해 봐야 적용할 수 있는 혐의 등이 명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철·김용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