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곳곳에 스며든 빈집을 정비하는데 비상이 걸린 부산시가 대대적인 빈집 실태 조사와 정비 사업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빈집이 많은 원도심권의 중구가 철거 위주의 방식에서 빈집을 수요자에게 중개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해 지역사회의 이목을 모은다.

부산 원도심에 있는 빈집. 국제신문DB

부산 중구는 이 같은 내용의 정책 추진을 위해 ‘빈집 정비 지원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그간 시행됐던 빈집 정비 조례에서 ‘빈집뱅크’ 조항을 신설한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빈집뱅크는 빈집 소유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중개 프로그램으로, 구는 공식홈페이지에 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구가 위촉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소속 공인중개사가 빈집뱅크를 운영하고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협력 공인중개사는 구에서 활동비 등 수당을 지급받는다.

구는 청년예술가나 요식업자 등 빈집을 개조해 사용하려는 수요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하고 철거 위주의 빈집 정비 정책 기조에 변화를 꾀했다. 게다가 공사비와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의 상승으로 철거 사업만으로 정비를 지속하긴 힘들다고 판단해 빈집뱅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구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된 빈집 중 2등급 이상만 빈집뱅크의 중개 대상으로 지정한다. 1·2등급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의 빈집이며, 3·4등급은 철거 및 안전조치 명령을 해야 한다. 구는 실태 조사를 통해 3등급이라도 보수 작업을 한 뒤 충분히 사용 가능한 빈집은 중개 대상에 포함한다는 구상이다.

중구의 빈집은 올해 기준 총 335세대(호)로, ▷1등급 19호 ▷2등급 101호 ▷3등급 204호 ▷4등급 11호로 구분된다. 구는 조례 개정안이 구의회를 통과하면 하반기에 관련 규칙을 정비한 뒤, 내년에 본격적으로 사업 시행에 나설 계획이다. 최진봉 중구청장은 “북항 재개발 사업에 투입되는 인력과 청년 직장인 등 빈집 중개가 필요한 다양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철거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빈집 정비에 한계가 있어 빈집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부산시도 ‘부산형 빈집정비계획’을 발표하고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빈집의 대대적인 정비를 시작한다. 시는 16개 구·군과 총 19억 원을 투입해 1만1000여 호의 빈집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는 이달 부산진구·남구·금정구를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진행하며, 대상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은 주택이다. 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구·군별 맞춤 정비계획을 수립한다. 폭우 등 붕괴 우려가 있는 빈집은 1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내년부터 긴급조치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