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를 언제 또 와보겠어요.”

부산 사상구가 관내 장애인의 여행 요구에 응답했다. 지난해 11월 사상구장애인복지관이 지체·발달 장애인 20명과 떠난 제주도 여행(국제신문 지난해 11월 17일 자 8면 보도) 마지막 날, 여행을 끝마치게 된 한 장애인의 한탄에 구가 예산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장애인 참가자와 부산 사상청년회의소 자원봉사자가 한 팀을 이뤄 복지관 마스코트인 ‘행복이’를 찾아 인증 사진을 찍는 모습. 부산 사상구장애인복지관 제공

사상구장애인복지관은 지난 달 27, 28일 1박 2일 일정으로 ‘문턱 없는 경주 자유여행’을 다녀왔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여행 경비는 사상구 예산 지원과 사상청년회의소 후원으로 전액 충당했다. 참가 규모도 지난해 제주도 여행(20명)보다 4배 많은 80명이었다.

구는 올해부터 장애인 문화생활 참여 확대를 위해 장애인복지관에 사업비 300만 원 지원을 시작했다. 이는 청년회의소가 200만 원을 후원하면서 조병길 사상구청장에게 지원 동참을 제안해 성사됐다. 구는 자체 장애인 복지기금 이자 수익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했다.

이번 경주 여행은 관광지를 눈으로 대강 둘러보고 떠나는 통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조별로 과제를 수행하며 이동하는 ‘게임형’ 여행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장애인 참가자와 청년회의소 자원봉사자가 한 팀을 이뤄 복지관 마스코트인 ‘행복이’를 찾아 사진을 찍는 등 숨바꼭질 임무도 있었다. 참가자 이영순(여·60대) 씨는 “평소 휠체어를 타고 낯선 곳으로 여행할 엄두가 안 났는데 경주와서 숨바꼭질을 하니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다”며 즐거워 했다.

복지관 측은 장애인 문화생활 기회 확대는 물론 질적 향상을 시도할 수 있었던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사상구장애인복지관 정화주 관장은 “한정된 복지관 인원으로는 휠체어 이동이나 안내·통솔 역할만 해도 힘에 부쳤다. 충분한 예산 지원과 사상청년회의소의 자원봉사 덕분에 장애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는 앞으로 장애인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사업 지원을 약속했다. 조 구청장은 “부산은 대표적인 관광 도시지만, 정작 지역 구성원인 장애인은 문화생활 인프라에 접근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며 “지속적인 문화생활 사업 지원과 함께 구가 나서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