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의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입주 시작 1년 6개월이 넘도록 소유권 등기이전을 못하면서 불편과 불이익을 겪는 입주민들(국제신문 지난달 4일 자 8면 보도)이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일 법무법인 아이케이에 따르면 지난 3일과 17일 각각 입주민 122명(94세대)과 600명(489세대)이 이 아파트의 시행사인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등기이전 지연이 장기화하면서 대출이나 매매 등에 지장이 생겨 피해가 크다며 조합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소송에 참여한 세대는 비조합원인 일반분양을 받은 700여 세대로, 공동명의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인원은 870여 명에 달한다. 인원이 많아 소송은 총 3차례로 나눠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제기한 입주민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지난달 23일 부산진구에 부분이전고시를 요청했다. 전체 준공 전이라도 소유권 등기이전이 진행된 사례를 근거로 입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구는 사전 행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고, 소공원 등의 준공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회신했다.

이 아파트는 2022년 9월 입주를 시작했으나, 현재까지 등기이전을 진행하지 못한다. 아파트 건물은 준공했으나 단지 전체 준공이 이뤄지지 않아 건축물대장 등록이 불가능한 탓이다. 준공이 필요한 시설은 내부 부대시설로, 소공원과 도로 등 정비기반시설과 신축 공사 중인 교회다. 조합은 자금난으로 공사비가 부족해 준공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필요한 자금은 약 300억 원이다.

입주민들은 고금리 은행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바꾸고 싶어도 등기이전이 되지 않아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매 등 부동산 거래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1년 넘게 등기이전을 못하는 경우는 전국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게 입주민들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아이케이 정주현 변호사는 “입주한 뒤 늦어도 1년 내로 등기이전은 끝나야 하는데, 지연되면서 발생한 손해는 판례상에도 인정이 된다”며 “다만 등기 절차를 이행하는 데 입주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소송과 별개로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합 측은 “준공이 필요한 시설을 지을 수 있는 비용을 조속히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준공을 받아 입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