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적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 계절근로 취업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급여 일부를 가로챈 50대가 구속 송치됐다. 사진은 도내 한 농장에서 외국인이 일하는 모습.

해외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 계절근로 취업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급여 일부를 가로챈 50대 브로커가 처음으로 적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법무부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50대 A 씨를 붙잡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 필리핀 국적 외국인 138명을 상대로 경남 거창군 계절근로자 자리를 알선한 뒤 이들의 급여 일부를 대가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계절근로자는 정부 간 협약으로 농번기 등 일손이 부족한 시기에 농가가 합법적으로 고용하는 외국인 인력을 말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필리핀 현지에서 일명 ‘미스터 김’으로 활동한 A 씨는 계절근로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을 모집했다. A 씨는 외국인들과 실제 급여 월 156만 원 중 82만 원(3만 5000페소)을 지급하는 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국내로 초청했다. A 씨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79명을 초청하기 위해 허위로 농업 종사 확인서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계절근로자 관리 업무를 담당한 거창군 계약직 공무원 B(50대) 씨가 범행을 도왔다.

이들은 급여 156만 원 중 각각 28만 원씩을 매달 수익으로 챙겼다. 또 범행 자금을 제외한 82만 원을 현지에 있는 노동자의 가족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가로챈 금액은 총 1억 2000만 원에 이른다.

계절근로자들은 농장주가 지급하는 금액의 절반 수준만 급여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격분해 근무지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거창에서 계절근로자 무단이탈 신고가 잇따르자 같은 해 10월 출입국사무소가 조사에 나서면서 A 씨 등의 범행 행각이 드러났다.

출입국사무소는 A 씨가 필리핀에서 활동했던 탓에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첩보를 입수, 체포에 성공했다. 앞서 B 씨는 지난해 5월 붙잡혀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출입국사무소는 베트남 등 15개 국적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착취 등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