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버스터미널 앞 첫 강제철거
- 해운대구 내달 행정대집행 추진
- 서면 롯데百 뒤·영도 물양장 등
- ‘매매·승계 불가’ 조건부 허용도

부산 해운대의 명물인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자진 철거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부산지역 불법 노점상 관리 실태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신문의 전수조사 결과 부산지역 불법 노점(음식업)은 약 800개로, 지자체마다 불법 노점 대응 실태가 달랐다.

부산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뒤편 노점시범거리가 주말을 맞아 북적이고 있다. 부산진구는 ‘신규 개설 불가’ 등을 조건으로 하고 지역 내 불법 노점을 이곳에서 양성화했다. 전민철 기자

9일 부산지역 16개 구·군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불법 노점은 중구가 가장 많은 413개였고, 기장군이 240개로 그 다음이었다.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부산진구와 해운대구는 각각 36개와 32개에 불과했다. 이 밖에 ▷서구 29개 ▷영도구 23개 ▷동구 10개로 조사됐다. 중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형 재래시장이 형성됐고, 남포동 등지를 중심으로 노점이 생겼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밖에 해운대 바다마을·영도 물양장 포장마차촌과 서구 암남공원 조개구이촌 등은 1970~80년대부터 자연스레 노점이 형성됐다.

지자체의 불법 노점 대응책도 눈길을 끈다. 해운대구는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영업 유예기간(2년 6개월)이 지난 1월 끝나 강제 철거 입장을 밝히면서 자진 철거를 유도한다. 구는 지난달 21일 철거를 위한 계고장을 포장마차촌에 보냈고, 이후 자진 철거가 안 되면 다음 달 행정대집행을 통해 불법 노점을 없애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상구 부산서부버스터미널 앞 불법 노점 이후 부산에서 강제 철거를 단행한 적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구는 2007년부터 노점 철거를 준비해 2012~2013년 행정대집행을 통해 이 일대 30개의 불법 노점을 없앴다.

반면 2016년 행정대집행이 시도됐던 서구 암남공원의 조개구이촌은 현재도 정상 운영 중이다. 당시 서구는 노점 정비 등을 추진하면서 행정대집행에 나섰지만 해녀촌암남해변조합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맞서 결국 승소했다. 기장군은 지역 내 240개 노점 중 23개가 있는 연화리 해물포장마차촌에 원상회복 명령을 내려 자진 철거를 유도한다.

지자체 가운데서는 영도구의 불법 노점 대응 행정이 눈길을 끈다. 영도구는 1990년대부터 지역 내 난립했던 포장마차를 정비하면서 봉래동 물양장 일대로 몰아넣었다. 구는 이곳을 점포 승계나 매매 없는 조건으로 포장마차 잠정허용구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곳은 낮에는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며, 일몰 이후에만 노점의 영업이 허용된다. 현재 이곳은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구는 태종대 자갈마당 조개구이촌은 시유지를 무상 임대하는 방법으로 양성화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불법 노점의 무조건적 철거보다 자연감소를 전제로 허용 구역을 지정하면 그 외 장소는 단속과 정비를 통해 추가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며 “주민 통행과 도시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조건’을 붙여 노점 영업을 허용해 반발을 줄이는 한편 불법 행위를 통제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혔다.

부산진구 역시 2009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뒤편에 신규노점 불가를 조건으로 ‘노점시범거리’를 조성했다. 조성 당시 65곳이었던 포장마차는 현재 36곳으로 자연감소했다. 중구와 동구 역시 불법 노점의 자연감소 정책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