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태국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 피의자 3명 중 2명을 검거하고 1명을 추적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잡힌 20대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피해자 유족은 형량을 줄이기 위한 거짓 진술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25일 경남 창원지법 인근에서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태국 파타야 한국인 납치 살인 사건’ 유족. 김용구 기자

25일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 심리로 강도살인과 시체은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0대) 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A 씨는 지난달 초 다른 한국인 2명과 함께 공모해 30대 한국인 B 씨를 납치·살해한 뒤 시신을 시멘트와 함께 드럼통에 담아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측은 이날 공소 사실을 통해 A 씨 등 일당이 태국 현지 클럽에서 B 씨에게 약물을 먹인 뒤 차량에 태워 약속한 목적지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고, 이에 항의하는 B 씨의 목을 조르거나 폭행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 씨가 범행에 사용할 숙박시설에 미리 방문해 CCTV를 손으로 가리는 등의 행위를 하거나 살해 당시 B 씨의 팔과 다리를 붙잡은 점 등에 비춰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A 씨 측 변호인은 “현장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살인 행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되레 다른 공범을 말리거나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응급 조치했다”고 맞섰다. 또 “시체 은닉을 위해 저수지로 이동할 땐 동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A 씨는 지난달 12일 전북 정읍시 주거지에서 긴급 체포된 이후 줄곧 이런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검찰 측이 재판부에 요청한 수사 보고서의 증거 채택 여부를 두고도 양측은 의견을 달리했다. A 씨 측은 숙박시설 등 CCTV 영상 녹화분이나 사건 이후 또 다른 공범 C(30대) 씨와 접촉한 전 여자 친구의 진술을 토대로 보고서가 구성된 탓에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법정에서 A 씨를 상대로 조속하게 신문을 진행해 사건 발생 시점 등을 밝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 측은 B 씨가 A 씨 등 일당과 현지 클럽에서 만날 때 대동한 태국인 여자 친구와 C 씨의 전 여자 친구 등 2명을 증인으로 신청, 재판부가 수락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달 14일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또 다른 공범 D 씨의 국내 송환 여부가 다음 달 중순 결정되는 만큼 다음 공판 기일을 그 이후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외교부와 태국 측은 각각 D 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캄보디아 측에 송환 요청을 한 상태이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달 23일 오전 11시10분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이날 공판이 끝난 직후 피해자 누나는 법원 앞에서 유족을 대표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족들은 현재 A 씨의 진술 내용만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D 씨의 조속한 송환을 요청했다. 또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는 C 씨를 공개 수배할 것으로 요구했다.

유족들은 “남겨진 가족들은 가해자들이 B 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 두려움에 떠는 등 수면제가 아니면 잠들 수 없을 정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A 씨는 형량을 줄이기 위해 대형 로펌 변호사 10명을 선임하고 ‘자신은 그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진술만을 반복한다”며 “유인, 납치, 폭행, 살해 현장에 함께 있었는데 암묵적인 동의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과 어떤 합의도 없을 것”이라며 “엄한 벌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