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의 숙원이었던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간호사들의 사기가 높아진 가운데 부산에서 전국 지자체의 보건 간호사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가 간호법 통과를 자축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 열렸다. 하지만 의료기사 등 다른 직역과의 업무 분담과 의사 단체의 거센 반발 등은 간호사들이 마주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 산하 보건간호사회는 29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부산호텔에서 ‘제23회 보건간호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틀간 열리는 이 행사는 전국 지자체 소속 보건 간호사가 모여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관리를 위해 직무교육을 하고, 전문성 개발을 위한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행사 시작은 전날 간호법 국회 통과를 축하하는 간호사의 열 찬 함성으로 채워졌다. 함옥경 대한간호협회 보건간호사회장은 “올해가 간호법 제정의 원년이 됐다. 다 함께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자”면서 “간호법 제정에 발맞춰 보건간호사회가 앞장서 회원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대학 병원 간호사는 간호법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성급하게 의견을 내지 않고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병원 내 의사는 간호법을 반대하고 있고, 의료기사 등 다른 직역과의 업무 분담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이제라도 간호법이 제정돼 정말 다행이다. 모든 간호사가 간호법 제정에 환영하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1년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을 그대로 여당 주도로 통과하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하느냐.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하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법”이라면서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데 따른 혼란으로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시행령에 담길 진료 지원 업무와 관련, 다른 직역과 중첩되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숙제다. 부산시간호사회 관계자는 “법 통과는 환영하지만 앞으로 겹치는 업무 범위를 어떻게 조정해 시행령에 담을지 고민해야 한다. 또 법으로 명문화하더라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