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부산에 사는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매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누나는 공동정범 혐의를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이동기 부장판사)은 30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A 씨의 누나 B 씨에게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던 A 씨는 설 연휴인 지난 2월 9일 명절 인사를 핑계로 부산 남구에 위치한 친할머니 C 씨의 집을 찾았다. 이후 C 씨와 말다툼을 하다 C 씨의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하는 등 여러 차례 폭행하고 쓰러진 C 씨를 질식해 숨지게 했다. 지적장애인 A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을 돌봐주는 C 씨가 급여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지나친 간섭을 한다고 여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누나 B 씨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지만 공동정범으로 인정됐다. 1심에 따르면 B 씨는 자신을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A 씨에게 ‘할머니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납가루 중독이나 곰팡이를 먹이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또한 낙상사로 위장하는 법 등을 설명하거나 사건 전후 자신과의 문자 메시지, 통화 내역 등을 삭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오전 B 씨가 A 씨에게 ‘(살해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한 두번 말렸다고 해서 A 씨의 범죄 실행이 단절되지 않았고, A 씨는 결국 계속적인 심리적 지배에 의해 범행을 한 것으로 보여 B 씨는 공동정범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적장애인 2급 A 씨는 피해자로부터 경제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받아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정신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B 씨 역시 피해자로부터 갈등 중재 등 여러 요구를 받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부당한 간섭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사후 밝혀진 것을 살펴보면 피해자는 A 씨의 돈을 착실하게 모으고 있었고 일부 주식도 증여하는 등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설사 그러한 사정이 있어도 할머니를 살해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 반사회적 행위로 비난가능성이 크며 살해 과정에서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기에 죄책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