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전 태국에서 금품을 강탈할 목적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살인한 뒤 저수지에 유기한 사건(국제신문 10월 3일자 온라인 등 보도)의 세 번째 피의자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써 범행을 부인 중인 나머지 공범 2명을 포함해 피의자 3명이 모두 법정에 서게 됐다. 피해자 유족은 피의자의 신상공개 국민 청원을 제기했다.

지난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창원지법에 출석하는 ‘파타야 살인 사건’의 마지막 피의자. 국제신문 DB

창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강호준)는 강도살인과 시체은닉 등 혐의로 A(39)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5월 3일 B(25) 씨와 C(27) 씨와 함께 태국 방콕 한 클럽에서 30대 한국인 관광객 D 씨에게 수면제를 탄 술을 마시게 한 뒤 차량에 태워 이동하던 중 그가 반항하자 얼굴 등을 때리고 목을 졸라 ‘혈액순환계 및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시신을 파란 고무 드럼통에 넣고 시멘트로 채워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 버렸다.

범행 직후 태국을 벗어나 주변국으로 도주한 A 씨는 지난달 12일 베트남에서 검거된 뒤 같은달 24일 국내 송환돼 검경의 수사를 받아 왔다. 또 다른 피의자인 B 씨 지난 5월 12일 전북 정읍에서 붙잡힌 뒤 6월 7일에, C 씨는 5월 14일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뒤 8월 2일에 구속기소 됐다. 현재 B 씨와 C 씨의 사건은 병합돼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3명은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누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

C 씨는 범행 대상을 물색하거나 직접 피해자를 만나 친밀감을 형성·유인하기로 공모했다. A 씨는 미리 준비한 범행 장소까지 차량을 운전하고, B 씨는 D 씨를 묶는 등 제압하는 역할을 맡았다.

범행 직후 A 씨와 C 씨는 범행 당일 사체에 자신들의 DNA가 남을 것을 우려해 손가락 10개를 모두 절단하는 범죄(시체손괴)를 저질렀다. 이와 함께 A 씨와 C 씨는 나흘 뒤 피해자가 숨지기 전 빼앗은 휴대전화로 그의 계좌에서 임의로 370만 원을 이체(컴퓨터등사용사기)하기도 했다.

또 이들 2명은 같은 날 피해자의 가족에게 전화해 “1억 원을 송금하지 않으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 장기를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으나 가족이 돈을 송금하지 않아 미수(공갈미수)에 그쳤다.

다만 검찰은 B 씨의 경우 살인 범행과 시체를 차에 싣는 행위까지 했고 시체손괴나 공갈미수 등의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런 가운데 D 씨의 친누나는 지난 14일 ‘파타야 살인사건 관련 신상정보 공개 법령의 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을 제기했다.

사건이 해외에서 발생한 데다 시간차를 두고 피의자들이 잡힌 터라 경찰이 범행을 자백받거나 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상공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지 수사 당국과 언론에서 피의자들의 얼굴 등 정보 공개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재판 과정에서 특정중대범죄사건으로 공소사실이 변경될 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검찰도 “처음부터 특정중대범죄사건이었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D 씨 친누나는 청원 글에서 “대한민국에서 피해자를 위한 법률의 해석과 실행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라며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국민 청원은 30일간 5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