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서 출산, 출생신고 안 해
- 부산 이사오며 본인만 전입신고
- 정부 관리감독 사각지대 드러나

부산에서 생후 18개월 된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친모가 경찰에 구속됐다. 숨진 아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수원 영아 사망 사건 이후 대대적인 출생 미신고 아동의 전수조사 등 정부의 대책이 나왔지만 이번 사건처럼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있어 보완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찰청은 아동학대처벌법(영아유기치사) 위반 혐의를 받는 A(여·20대) 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15일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생후 18개월 영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아동의 친모로, 지인의 신고로 사망한 아동이 발견됐다. 경찰 발견 당시 아파트에 A 씨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아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영아의 체중이 비슷한 개월 수의 또래보다 크게 낮은 점과 방임한 정황 등을 고려해 A 씨가 사망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경찰은 사망 아동의 부검을 진행하는 등 조사를 이어간다.

국제신문 취재 결과 숨진 영아는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으로 확인됐다. 이 영아는 지난해 4월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태어나 의료기관에서 임시신생아번호를 부여받았으나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 A 씨가 아이와 함께 부산으로 온 건 지난 5월로, 당시 본인만 전입신고를 하면서 해운대구에서 영아의 신원 파악이 되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출생신고가 안 된 채 다른 지역에서 태어나 이곳으로 왔고 전입신고도 안 돼 구에서 파악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임시신생아번호는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어린이를 찾아내겠다면서 벌인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무색해진 것이다. 정부는 출산한 아기 둘을 살해하고 냉장고에 보관한 ‘수원 냉장고 영아 사망 사건’ 이후 이 같은 전수조사를 각 지자체와 진행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임시신생아 번호로만 남아있는 2010∼2023년생을 상대로 생존 여부와 범죄 혐의점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가 이를 통해 지난 4월까지 파악한 부산지역 미등록 아동은 883명에 이른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전국 미등록 아동은 같은 기간 1만1915명에 달했다. 시와 구는 수도권 광역단체의 미등록 아동 조사에서 이번 사건의 어린이가 누락된 것으로 추정하고 정부에 보고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 7월부터는 의료기관에서 각 지자체에 출산을 자동 통보하는 ‘출생 통보제’를 시행했지만 이 사건 아이처럼 제도 시행 전에 태어난 어린이는 온전한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시 관계자는 “출생 미등록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미등록 사태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