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안(국제신문 10월 15일 온라인 등 보도)을 다시 의결해달라고 도의회에 요청했다. 입법 예고 기간 폐지 반대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는 점 등을 내세워서다. 마을 강사의 정치적 편향 논란에 쇄신안까지 마련했으나, 한 차례 폐지를 막지 못한 터라 이번에는 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안 재의 결정을 발표하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경남도교육청 제공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4일 오후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조례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도교육청은 법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 헌법과 평생교육법, 청소년기본법 등에 비춰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가 해당 조례에 반영된 데다 세부적으로 상위법에 배치되는 조항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가 지역 교육 여건 개선과 인적자원 개발 등을 시책으로 추진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점 등을 근거로 조례 폐지에 대한 법리적 타당성이 없다고 봤다.

여기에다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와 지역을 연계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 사업으로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이바지한 것도 유지 근거로 내세웠다.

도교육청은 입법예고 기간 중 접수된 의견 총 1만2084건 중 조례 폐지 반대 의견이 1만1869건으로 98%에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육감이 지난달 21일부터 고성 등 도내 15개 시·군 교육지원청을 각각 방문하며, 학부모와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 유지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은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학교교육은 더 윤택해지고 있다”며 “가르치는 어른과 배우는 아이가 함께 성장하고, 마을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와 마을배움터의 체계적인 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며 “더 섬세하게 정책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은 아이들과 교육만 바라볼 때”라며 “교육감으로서 당당하게 그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의회 조례정비 특위가 지난 9월 마을강사·마을배움터 선정 등에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이유로 폐지 조례안을 공고하자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제418회 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이 조례 폐지 조례안이 가결됐다.

도교육청의 이번 재의 요구에 따라 도의회는 해당 조례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그 의결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