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구, 조성 과정 매입 누락
- 토지 소유주 “복구가 최우선”
- 차선책으로 보상금·사용료 검토
- 구 감정액과는 달라 협의 난항
- 갈등 심화 땐 진입로 차단 우려

부산 해운대구가 17년간 사유지에 무단으로 주차장을 조성해 운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땅 주인은 원상복구가 최우선이며 차선책으로 보상을 검토하지만, 그마저도 구가 제시한 보상금과 차이가 커 난항을 겪는다.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마루 진입로까지 차단될 수 있어 시민 불편이 우려된다.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해마루 주차장에 차량이 주차해 있다. 해운대구는 사유지인 이곳에 무단으로 주차장을 조성해 땅 주인과 마찰을 빚는다. 이원준 기자

해운대구는 최근 중동 달맞이길 해마루 인근 사유지 보상 문제로 소유주와 협의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해마루 진입로 주차장 토지 대부분이 사유지였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토지 소유주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구가 뒤늦게 무단으로 사유지를 침범한 사실을 인지해 보상금을 제시했으나, 소유주의 요구액과 차이가 커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문제의 땅은 달맞이길 해마루 인근 주차장이다. 구는 2007년 총 7면의 주차장을 조성했는데, 대부분이 사유지다. 규모는 약 108평으로, 이곳 일대에 해마루 정자 등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땅 매입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는 20년 가까이 지난 일이어서 매입하지 않은 정확한 사유는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담당 직원이 이미 매입한 토지로 착각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유지 양옆쪽 땅은 시유지로 확인됐다.

민원이 제기되자 구는 소유주 동의 없이 무단으로 주차장 등을 조성한 사실을 인정하고 보상을 제안했다. 구는 보상금으로 1억2000만 원을 제시했으나, 소유주는 3억3000만 원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토지 사용료 명목으로 구는 5년간 30만 원을, 소유주는 1억5000만 원을 원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구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감정평가사에 의뢰를 맡겨 보상금을 매겼고, 토지 사용료 역시 최근 5년간만 소급되며, 공공공지 등의 사용료 계산 방식에 따라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땅 주인은 원상복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소유주 A 씨는 “구에서 무단으로 주차장과 덱을 설치한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원상복구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차선책으로 보상을 요구했다. 보상액은 구에서 원상복구 대신 협의를 계속 시도해 부른 금액이지, 돈을 노리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구가 잘못을 인정했다면 소유주의 요구대로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데 1년이 훌쩍 넘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주차장은 물론, 관광지인 해마루 전망대 정자의 출입이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소유주가 출입을 막으면 구는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구는 출입이 차단되면 해마루 진입 우회로를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구 늘푸른과 관계자는 “행정에서 실수했던 점을 인정하고 감정평가액에 따른 금액을 제시하는 등 주차장을 없애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시도했으나 잘 진행되지 않았다”며 “최대한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