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점을 두고 ‘로맨스스캠’과 ‘투자리딩방’이 결합한 신종 수법으로 수백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비대면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로맨스스캠의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투자리딩방을 운영해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특경법상 사기 등)로 한국인 모집 총책 A(20대) 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 8명을 검거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1~8월부터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각각 로맨스스캠과 자금세탁 조직을 만들고 SNS의 가짜 프로필을 통해 한국계 외국인으로 사칭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피해자와 일주일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면서 호감을 사고 친분을 형성해 가상자산, 금 선물거래, 쇼핑몰 사업 등에 투자를 권유했다. 이후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다며 허위 사이트로 유인해 허위 정보와 수익률을 제공하는 등 투자리딩방을 운영하면서 84명으로부터 122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허위 수익률로 수익금이 쌓여 출금을 요청하는 피해자에게 세금 수수료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유도한 뒤 허위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수익금을 지급하면서 신뢰까지 쌓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20대~70대로 연령대가 다양했고, 1인당 최소 100만 원부터 최대 20억 원 이상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총책, 관리자, 유인·기망 조직원, 자금세탁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원은 각자 가명을 사용하는 등 신분을 숨겼고, 관리자가 신규 조직원에게 성공 사례 등을 알려주는 등 여러 범행 수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또 휴대전화 휴대 금지 등 조직원의 개인 활동을 제한하는 자체 규칙을 만들어 조직원의 이탈을 방지하고 수사망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번에 붙잡힌 조직원은 대부분 20대~30대로 국내에서 모집돼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가 범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220여 개 계좌를 분석해 피해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계속 수사 중이다. 해외 체류 중인 조직원 6명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추적하고 있다. 허정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2계장은 “연애 감정을 이용한 신종 투자사기가 늘고 있고 범행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SNS 등 비대면으로 투자를 유도하거나 특정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며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맨스스캠을 하기 위해 사용된 SNS의 가짜 프로필의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