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등 임차인의 보증금 17억여 원을 자신의 빚을 갚거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건물 임대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엄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이창민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0대)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의 임대인으로, 2021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7차례 걸쳐 임차인이 낸 보증금 17억4500만 원을 제때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판결에 따르면 A 씨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별다른 수입·재산이 없었다. 10억 원 이상의 개인 채무를 진 상태에다, 본인 오피스텔에 설정된 근저당권 피담보 채무의 이자만 한 달에 1500만 원에 이르렀다. 임대 수익만으로는 해당 이자조차 갚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A 씨는 임대차 보증금을 본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할 생각만 했을 뿐 근저당권 채무 원금 변제는 계획하지 않아 오피스텔이 경매 등 강제 매각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컸다.

A 씨 오피스텔의 실거래가는 48억~53억 원으로 감정됐다. 그런데 이 건물을 담보로 받아온 대출만 52억 원에 달했다. 경매가 진행되면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A 씨는 임차 보증금 대부분을 개인 채무 변제나 생활비로 썼다. 또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 반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다. 이 판사는 “A 씨가 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해 줄 의사나 능력이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임대차 계약 체결과 보증금 교부라는 처분 행위를 유발했다”고 판시했다.

A 씨 측은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 이후 A 씨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도산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고 변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피해자 17명의 임대차 보증금 17억4500만원에 달하는 큰 규모의 전세사기 범행으로서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떼인 데다, 잠적한 A 씨를 대신해 건물 관리까지 떠맡는 등 큰 고충을 겪어왔다(국제신문 지난 6월 18일 자 6면 보도). 지난해엔 지하실이 침수됐는데도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세입자들이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