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남표 경남 창원시장이 항소심에서 1심 결과를 뒤집고 직위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홍남표 창원시장. 김용구 기자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민달기 고법판사)는 18일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 매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 시장 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A(60대) 씨에게 징역 6개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홍 시장의 제안을 수락한 B(40대) 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원심을 유지했다.

홍 시장과 A 씨는 2022년 6·1 지선의 국민의힘 당내 창원시장 경선을 앞두고 B 씨에게 경제특보 등 창원시 고위직을 제안하며 후보 등록을 하지 않도록 종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는 홍 시장 측의 제안을 수락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홍 시장이 당선 직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항소심 법정에서도 1심과 같이 ▷B 씨가 후보자가 되려는 자였는지 ▷홍 시장 측이 B 씨를 매수할 만큼 영향력이 컸는지 ▷홍 시장이 A 씨와 공모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우선 홍 시장이 2022년 3~4월 사이 세 차례 치러진 경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각각 3위, 1위, 2위를 기록했고, 1위를 차지했을 때도 2위와 불과 1.55%포인트 앞섰던 점 등에 비춰 추가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민 고법판사는 “홍 시장 측이 60대 전후로 연령이 비슷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청년 정치인인 B 씨가 합류하면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B 씨의 출마 의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른 경선 후보자들이 B 씨의 출마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B 씨가 라디오 등 방송에서 하차할 때 작가 등이 후보의 출연을 금하는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을 언급한 점 등에 비춰 B 씨가 후보 등록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2022년 4월 5일 한 식당에서 A 씨가 B 씨를 향해 ‘최소한 경제 특보를 보장하고 열심히 하면 그 이상도 된다’고 말한 직후 홍 시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이라고 대답한 점 등을 들어 홍 시장과 A 씨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민 고법판사는 “당시 이런 대화가 오가고도 홍 시장이 당황하지 않았고, 당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기까지 했다”며 “홍 시장과 A 씨가 B 씨 자리를 두고 사전 모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홍 시장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를 뒤집는 결정적인 판단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홍 시장이 B 씨와 그 거취에 대한 얘기를 나눈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재판부는 끝으로 “홍 시장의 범행은 당내 경선의 공정성은 물론 후보자와 유권자,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B 씨는 처벌을 감수하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일정 부분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홍 시장은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자리를 제안한 적이나 A 씨와 공모한 적이 없는데 B 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놓고 판결을 끼워서 맞춘 것 같다”며 “상고 여부는 변호인과 상의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공직사회는 크게 술렁였다. 한 공무원은 “무죄를 예상했기에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각종 현안 사업을 해결할 추진 동력을 잃을까 봐 우려된다”고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