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우두머리인 윤석열 대통령의 조사를 두고 불거진 중복수사 우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간 협의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공수처(공조수사본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핵심 관계자는 검찰이 각각 맡아 조사하는 구도로 향후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18일 경찰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고, 공수처는 나머지 피의자들 사건의 이첩 요청을 철회한다. 그간 두 곳은 내란 사건 수사를 두고 경쟁했다. 이 때문에 수사 비효율 등 문제가 지적됐는데,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진동 대검 차장이 만나 수사 분장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날은 공수처가 이첩 기한으로 정한 날로, 공수처는 지난 8일과 13일 두 차례 관련 사건 이첩을 검경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 전 장관 사건을 공수처로 보냈다.

이번 조율로 검찰 수사 적법성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로부터 사건 이첩을 요청받은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이를 검찰이 불응해 위법수사 논란이 불거지면 향후 공소기각 판결,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적용, 영장기각 등의 위험성이 생긴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도 전날 수사기관별 각자 조사로 혼선이 빚어져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 수사 고삐를 바짝 죌 태세다. 이날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출석 요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또 지금까지 두 차례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위에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는 윤 대통령 사건을 주도하게 된 만큼 강제구인 등 ‘책임’에 걸맞게 수사를 진척해나갈 필요성이 생겼다.

다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직접 기소할 권한이 없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이다. 윤 대통령 사건은 조사 종료 뒤 검찰에 다시 넘겨야 한다.

계엄 당시 군 핵심 관계자를 상대로 한 검찰 조사도 점차 조각을 맞춰간다. 검찰은 구속 상태인 여 방첩사령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엄 당시 체포 지시를 받은 각계 인사 명단에 대해 “윤 대통령이 평소에 사석에서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던 사람들”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명단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받았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역시 김 전 장관 지시였다고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을 사전 기획한 ‘비선’으로 지목되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구속 기로에 섰다. 그는 계엄과 관련해 김 전 장관을 도왔다고 알려졌다.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대령 2명과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영장을 신청했으며,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본인이 출석을 포기해 심문이 취소됐다. 문 사령관 역시 이날 공수처와 경찰에 합동으로 체포됐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사 요원을 투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