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주화운동의 원로로 오랜 시간 활약한 고(故) 배다지 민족광장 의장에게 씌여진 국가보안법 누명이 56년 만에 벗겨지면서 오랜 한이 풀렸다.

배다지 민족광장 의장. 진실화해위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배 의장 국가보안법 위반 등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국가의 사과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등의 조처를 권고했다.

배 의장은 통일혁명당 간부와 같은 회사에 다니며 말을 섞었다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에 처했다. 1968년 10월 8일 경남매일신문 기자였던 그는 별안간 중앙정보부에 검거됐다. 통혁당 핵심 인물이자 같은 신문사 논설위원 김모 씨와 회합해 반국가단체 구성에 가담한 혐의였다. 그 달 11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나흘간 불법 구금당했으며, 허위자백을 강요받으며 구타·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이듬해엔 결국 징역 3년 실형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해당 사건의 판결문과 수사·공판기록 등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당시 중정 수사관들이 배 의장에게 고문 등을 가해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했다. 배 의장은 재심 등을 위해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할 공문서 등을 확보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다 끝내 일부 자료를 확보, 2022년 11월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생전 그는 국제신문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고, 김 씨에게도 북과 제휴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국제신문 지난해 9월 19일 자 2면 보도).

배 의장은 1934년 3월 부산 기장에서 태어나 학생 때부터 남한단독정부 수립 반대 등의 운동에 앞장섰다. 이후 1958년 국제신문 입사를 시작으로 부산 경남 지역에서 기자로 활약했다. 1995년 부산땅 하야리아 되찾기 시민대책위 상임대표를 맡는 등 지역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섰다. 배 의장은 이번 결정이 나오기 8개월 전인 지난 4월 14일 향년 90으로 별세했다.

배 의장의 딸 A(58) 씨는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이 결과를 봤다면 정말 좋아하셨을 거다. 감회가 새롭다고 하실지, 아니면 옛날 일을 떠올리시며 마음 아파하실지 짐작해본다”며 “물고문이나 전기고문 당한 말씀을 하시며 지었던 표정이 기억 난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셨는데, 고문 후유증인 것 같다고 말하신 것도 떠오른다. 자식들이 일상에서 볼멘소리를 할 때 ‘나는 고문 받으면서도 진실을 말하려 버텼다’며 교육하시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