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객들도 “참신한 시도” 호응
- 방장 정여스님 종교대통합 온힘
- 30일 ‘국제종교연합’ 창립 총회

부산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금정총림 범어사에 산타클로스가 등장했다. 불교 사찰에서 크리스마스 등 다른 종교와 관련한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 관심이 쏠린다.

22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입구 조계문 옆 소나무에 산타클로스 인형이 매달려 있다. 범어사 제공

22일 범어사에 따르면 사찰 입구 조계문 옆 소나무에 짐을 짊어 메고 나무를 오르는 산타클로스 인형이 있다. 공기를 불어넣어 만든 인형은 붉은 옷과 모자를 쓰고, 초록색 선물 바구니를 멘 채 소나무를 오르는 모습이다. 절을 찾은 시민은 “절에 산타클로스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며 “참신한 시도”라고 입을 모았다.

방장 정여스님이 거처하는 안양암과 조계문 앞에는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크리스마스트리 그림과 함께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는 문구가 적혔다. 조계문 앞 소나무에는 등을 달아 크리스마스트리를 형상화 하기도 했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10개가량의 등이 달린 소나무는 반짝이는 조명이 휘감겨 실제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모습이다. 정여스님은 이날 부산진구 온종합병원 15층에서 열린 병원 누가교회 예배에 참석해 환우에게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같은 범어사의 ‘종교 대통합’ 시도는 깊어지는 사회 갈등을 우려해 불교 기독교 천주교 성직자들이 함께 사회갈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범어사 관계자는 “정여스님은 종교화합에 관심이 많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부산의 종교지도자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했다”며 “비공식적이지만 이전부터 스님이 직접 크리스마스에 개신교 교회를 방문하거나, 사찰의 합창단이 교회로 방문해 찬송가를 부르는 등 교류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찰 내에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정여스님은 방장 취임 당시에도 다른 종교인과의 화합을 강조(국제신문 지난 1월 17일자 13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정여스님은 “나라가 부강하기 위해선 국민이 단합해야 한다. 종교인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른 종교인과의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여스님이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국제종교연합(GRUN)’은 오는 30일 오후 2시 부산시청 12층 국제회의실에서 창립 총회를 개최한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인이 참여하는 GRUN은 ‘세상을 아름답고 향기롭게’라는 슬로건으로 출범, 학교짓기 의료봉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부산시장과 부산경찰청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하고, 축하공연과 세계평화선언문 낭독 등이 진행된다.

범어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로 부산을 대표하는 고찰이다.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꼽힌다. 범어사는 참선을 행하는 스님을 길러내는 수행처라는 의미로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이라 불려왔다.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정여스님은 2008년 범어사 주지를 지냈고, 지난 1월 범어사 방장에 취임했다. 방장은 사찰의 수행가풍을 꾸리고 주지를 추천할 권한이 있다. 임기는 1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