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농가 대부분 출하 겹칠듯
- 유통가격 예년보다 하락 예상
- 피해 책임 구에 묻는 목소리도

부산지역 대표 농산물 ‘대저 토마토’ 출하를 앞두고 농민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지난 9월 기록적인 폭우로 비닐하우스가 침수돼 첫 출하가 미뤄지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의 비 피해 관련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의 한 토마토 농가에서 농민이 수확을 앞둔 대저 토마토를 살펴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5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에서 대저 토마토 보통등급 2.5㎏들이 한 상자는 평균 1만5647원에 판매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2068원)보다 29.7% 오른 가격이다. 이는 지난 9월 기록적인 폭우로 농가가 침수 피해를 본 탓에 출하가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미뤄져 공급 부족에 따라 유통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월 20, 21일 북부산지역에 누적 강수량이 402mm에 달했고, 시간당 강수량도 최대 53mm에 이를 정도로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강서구는 관내 821농가, 총 104.4㏊ 규모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피해 농가 중 토마토 생산 농가는 최소 1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저 토마토는 씨알 한 알 가격이 280원이나 할 만큼 비싸 육묘에 들어간 상토(모판흙)나 인건비 등을 합치면 피해액이 다른 작물을 키우는 농가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비 피해로 대부분 농가의 정식(모를 밭으로 옮겨 심는 작업) 시기가 겹치면서 다음 달 중순부터는 한꺼번에 출하가 예상된다. 대저 토마토는 보통 8월 말~9월 초 파종(종자를 뿌리는 작업)한 뒤 비닐하우스에서 육묘를 거쳐 9월 말부터 정식을 시작한다.

농가마다 정식 시기는 조금씩 다른데, 올해는 침수 피해를 겪은 모든 농가의 정식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출하 시기도 겹쳤다. 이렇게 되면 단기간 상승했던 유통 가격이 예년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저 토마토 농가들도 이 정도 규모의 비 피해가 난 것은 이례적이라며 가격 변동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농민은 “출하가 한 번에 시작되면 상품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될 가능성이 크다”며 “농산물은 원체 가격 변동성이 커 낙폭을 쉽게 예측할 수 없어 일단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 4일 관내 농가 821곳에 7억6185만 원(1농가당 약 93만 원)을 농업 분야 피해 재난복구 지원금 형태로 지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가 비 피해를 키웠다며 재난 지원금이 아닌 손해배상금 성격으로 농가에 보상을 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서구의회 박상준 의원은 “피해가 심한 농가는 피해액만 3000만 원이 넘는다”며 “비가 많이 왔을 때 구가 메뉴얼대로 사전에 배수하지 않고, 수문도 제때 닫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명백히 인재”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서구 대저동에서 주로 생산하는 대저 토마토는 당도 8브릭스 이상, 지름 62㎜ 이하 조건을 충족하면 ‘짭짤이 토마토’로 분류한다. 현재 강서구에는 토마토 농가가 480여 곳에 달하고, 연간 판매액은 700억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