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년 괌 추락 이후 韓 최악 사고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랜딩기어가 정상 작동하지 않을 때 여객기 몸체가 직접 활주로에 닿아 마찰을 일으켜 정지하는 방식이다. ‘배꼽착륙’으로도 불린다.

1993년 아시아나 여객기가 전남 해남 야산에 추락해 66명이 숨진 사고. 국제신문 DB

국내에서도 동체착륙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1991년 6월 제주발 대한항공 여객기가 대구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해 탑승자 126명 전원이 생존한 바 있다. 2022년 1월에는 청주기지를 이륙한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독수리와 충돌, 서산기지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해 성공했다.

세계적으로는 최근 10년간 약 80건이 시도됐다. 호주 교통안전국(ATSB)에 접수된 데이터에 따르면 2003~2023년 상업용 여객기의 동체착륙이 시도된 건 총 78건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통계를 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일어난 항공 사고의 53%는 착륙 과정 중 발생했다.

일례로 지난 5월 특송업체 ‘페덱스’가 운영하는 보잉 767 화물기가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랜딩기어 이상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당시 조종사는 화물기 앞바퀴가 내려오지 않자 관제탑에 비상착륙 허가를 요청해 뒷바퀴만으로 동체착륙했다. 조종사 2명은 모두 무사했다. 2022년 6월에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126명이 탄 여객기가 착륙 중 랜딩기어 손상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가 불이 나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2002년에는 한국 관광객 등 47명을 태운 필리핀 항공기가 랜딩기어 작동불능으로 마닐라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승객과 승무원은 무사했다.

외신은 일제히 이번 참사를 보도했다. CNN은 사고 직후 한국 특파원을 연결해 사고 소식을 속보로 내보냈다. CNN은 사고 여객기가 미국 보잉사의 보잉 737-800기종이라는 점을 짚으며 미국 시카고 보잉 본사에서 사고 원인 규명 차 한국에 인력을 파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보잉 737 계열 항공기가 잇따른 사고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번 사고가 한국항공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대규모 항공 사고 발생 사례는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에서 추락해 탑승자 228명이 사망한 사건이 마지막이었다고 알렸다. 또 이번 사고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 정부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