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내란 사건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신병 확보를 비롯한 강제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실제 집행, 즉 윤 대통령 체포 시도는 발부 시점으로부터 7일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 가운데 대통령경호처가 가로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도 헌정사상 촤초지만, ‘공권력’이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일 또한 전례 없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청구한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은 지난 30일 0시 야간 당직실을 통해 청구돼 약 33시간의 장고 끝에 발부가 결정됐다.

체포·수색영장이 나오면서 공수처의 윤 대통령 신병 확보와 한남동 관저 수색이 조만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은 발부일로부터 7일 내에 집행돼야 한다. 체포 시 최장 48시간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시한을 넘어 조사하려면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아야 한다. 공수처는 ‘내란수괴는 구속수사가 원칙’이란 입장을 밝혀왔으므로, 48시간동안 윤 대통령을 상대로 계엄 사전 모의나 국회·선관위 등 헌법기관 장악 시도, 정치인 체포 명령 등 혐의를 조사해 구속 절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영장 발부로 그간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해온 ‘공수처 내란 수사 위법설’은 일단락됐다. 공수처법상 내란죄는 공수처 직접 수사 범위 바깥이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가 공수처 수사 대상인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에 해당해 수사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해왔다. 법원 또한 이 같은 해석에 위법이 없다고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은 또 법원에 수사기관의 중복 소환과 단기간 반복 소환, 대통령 신변 안전이나 경호 문제 등에 대한 협의·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환이 이뤄졌다며 그동안 공수처의 출석요구에 불응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체포영장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것과 마찬가지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체포영장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간 세 차례에 걸쳐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응으로 일관했다. 변호인 선임계는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 30일에야 부랴부랴 제출했다.

영장이 발부됐더라도 실제 집행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대통령경호처가 윤 대통령 압수수색 시도 등을 가로막아온 터라 강제 신병 확보 시도 또한 적극 제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영향이다.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경호처라는 ‘공권력’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전례 없는 장면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을 상대로 한 체포영장에 지지자들이 나서 집행을 가로막은 사례는 있지만, 국가기관이 이를 제지한 경우는 드물다. 앞서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나선다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