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안국제공항 사고 여객기에서 회수한 비행기록장치(FDR)를 미국으로 보내 분석하기로 했다. 또 음성기록장치(CVR)에서는 자료 추출을 끝낸 뒤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는 이틀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월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와 로컬라이저(방위각표시시설)가 있는 둔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고 대응 설명회에서 “파손된 FDR은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협조를 통해 미국으로 이동해 분석하는 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분실된 커넥터를 대체할 수 있는지와 다른 걸 찾더라도 이를 완벽하게 붙일 수 있는지 사고조사위원회에서 기술적 검토가 있었다”며 “그러나 여의찮아 미국으로 가는 것이 신속하게 확인할 방안으로 판단한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1차 착륙에 실패했던 사고기가 2차 시도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19활주로)으로 착륙했던 것은 조종사와 관제사 간 합의사항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사고기가 활주로를 한 바퀴를 채 돌지 못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으며 관제탑에서도 이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아울러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가 이날 무안공항 현장에 기체 제조사인 보잉 관계자 2명을 추가 파견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미 합동조사단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12명을 비롯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3명, 연방항공청(FAA) 1명,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6명 등 모두 22명으로 늘었다.

조사 첫날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우선 여객기가 충돌한 공항 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면밀히 살폈다. 로컬라이저는 비행기에 전파를 쏴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돕는 공항 내 필수 시설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많은 인명피해를 낸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고 당시 여객기는 비행기 바퀴인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한 채 동체 착륙을 하는 과정에서 활주로 위를 미끄러지다가 활주로 끝단에서 약 264ｍ 떨어진 방위각 시설과 충돌한 뒤 반파되면서 불이 붙었다.

또 국토부는 방위각 시설의 기반이 된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해 전국의 공항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방위각 시설 지지대의 재질과 활주로부터의 거리 등이 국내외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도 살핀다. 국토부에 따르면 콘크리트를 사용한 시설 구조는 20여 년 전 무안공항 설계 당시부터 적용됐다. 국토부는 당시 공사를 발주했던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설계 도면 등을 받아 초기 준공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