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광안리·기장 등 발길
- 체감온도 1도 포근 맑은 하늘
- 애도기간 각종 행사 취소 ‘차분’
- “사회 안정을” “취업 성공하길”
- 가족·친구·연인 한해 소망 빌어

2025년 을사년(乙巳年)의 첫 해가 밝았다. 지난해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와 12·3 비상계엄 사태 등 혼란을 겪은 시민은 새해에는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지난해보다 안정되기를 기원했다.

1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이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1일 오전 7시32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2025년 첫 해가 머리를 내밀었다. 미포항 쪽에서 붉은 해의 일부가 등장했고, 이내 빠른 속도로 둥근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돋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은 박수와 함께 환호를 질렀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오전 부산의 체감온도는 1도로 겨울치고는 포근한 날씨였다. 하늘도 맑아 해돋이를 감상하기 좋았다.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로 오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인 까닭에 해돋이 현장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해운대구 구남로에 설치된 트리와, 해수욕장 조형물의 조명도 꺼졌다. 시끌벅적한 축하 행사도 없었다. 해운대구 주민 김모(50대) 씨는 “집이 근처라 매년 해돋이를 보러 온다. 지난해에는 인파에 밀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는데, 올해는 체감상 사람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백사장과 인근 산책로는 새해 희망을 얘기하는 시민으로 가득했다. 특히 혼란한 상황에 사회안정을 바라는 이가 많았다. 호주에 거주 중인 김진영(42) 씨는 “외국에 있다 보니 항공기를 이용할 때가 많다.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가 피부에 크게 다가왔다”며 “참 안타까웠다. 이 슬픈 사건을 기억하고 기리면서 올해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형(47) 씨는 “12·3 비상계엄사태에 이어 대통령 탄핵 국면 등 사회적 재앙 수준으로 혼란한 일이 계속해 벌어지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각자의 이익만 쫓다 보니 지금의 사태까지 도달하게 됐다”며 “올해는 정치인들이 우선순위를 잘 판단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사회가 안정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해수욕장 인근에서 덮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50대) 씨는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 문을 열었다. 이 씨는 “비상계엄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매출이 30%가량 감소한 것 같다”며 “올해는 별일 없이 조용했으면 좋겠다. 나라가 안정돼야 경기도 회복되고 매출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소망을 비는 시민도 있었다. 올해 고3이 되는 이서준(17) 군은 “올해는 수능을 치르는 해인 만큼 좋은 기운을 받을까 하고 해돋이를 보러 왔다”며 “해가 떠오르는 순간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방문한 이모(22) 씨는 “대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올해는 꼭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면 좋겠다. 가족과 지인 모두 건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 추산 이날 부산 전역에 10만5500명의 해돋이 인파가 몰렸다. 해운대해수욕장 2만9000명을 비롯해 광안리해수욕장(이기대·오륙도 포함) 2만3000명, 다대포해수욕장 2만9000명, 기장군 해동용궁사(임랑·일광해수욕장 포함) 1만5000명 등이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