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에 본사를 둔 고속버스 운송업체 A사가 2년째 승무직 노동자(버스기사)와 법정다툼을 벌인다. 대체공휴일 발생 시 휴일근로수당 지급을 두고 입장이 갈리면서다.

관광버스가 차고지에 주차돼 있다. 기사와 사진은 연관 없음. 국제신문 DB

7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사는 버스기사 36명과 2년가량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시작은 202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사 승무직 노동자 36명은 휴일 근로수당 미지급 건으로 부산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사는 임단협에 따라 관공서 공휴일(설날 연휴와 삼일절 등)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 발생하는 대체공휴일만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 150%)을 지급해 왔다. 관공서 공휴일 당일에는 휴일근로수당이 없었다. 이에 노동자들은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며 공휴일 당일과 대체공휴일 모두 휴일 근로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산노동청은 같은 해 8월 이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시정 지시를 내렸고, A 사는 모든 직원에게 미지급 수당을 지급했다. 하지만 A 사는 두 달 뒤 승무직 노동자의 특수한 근무환경을 고려해 달라며 부산노동청을 상대로 부산지법에 행정지시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승무직 노동자 36명을 상대로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A사는 버스기사들이 ‘4일 근무 2일 휴일’의 특수한 형태로 근무 중이고, 주말은 이들에게 정상 근무일이라고 주장한다. 대체공휴일이 발생하지 않을 땐 관공서 공휴일에 해당하는 하루치의 휴일 근로수당을 지급하면 되지만, 대체공휴일이 발생하면 대체공휴일과 함께 이들에겐 통상 근무일인 주말(관공서 공휴일 당일)까지 이틀에 대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게 돼 유급휴일이 늘어나는 셈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부산지법은 행정정지 처분취소 소송을 각하했고,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만 진행 중이다.

진정서를 낸 기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주장한다. 한 기사는 “노동청과 법원의 결정에도 노동자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은 노조를 탄압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법이 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외사항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는 취지였지, 노조 탄압 차원이 아니다”며 “노동자들이 소송 취하까지 요구하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