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중·장년을 상대로 ‘인터넷 도박에 투자하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금 명목의 돈 57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 씨 일당이 피해자와 나눈 메시지 대화.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총책 A(40대) 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 도박에 투자하면 원금과 수익을 보장한다며 2021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49명으로부터 654회에 걸쳐 약 57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60대 이상을 주 타깃으로 범행을 벌였다. 부산 소재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린 이들은 도박 사이트에서 파워볼이나 바카라 등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 모습을 시연하곤 “투자금을 맡기면 대신 베팅해 월 100 ~400%의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피해자가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액의 3~5%를 소개비로 주는 방식으로 범행 대상을 넓히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게임 시연 모습만 봤을 뿐 파워볼 등이 불법도박에 해당한다는 점은 안내받지 못했다. 게다가 일당은 동행복권에서 합법적으로 송출하는 화면 형식을 모방한 사설 외국 불법 도박사이트를 이용했다. 일당에게 당한 이들 중에는 10억 원을 잃은 피해자도 있었다.

일당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직접 사이버 도박을 벌였다. 그러다 약속했던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자 후순위 투자자의 투자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등 ‘폰지 사기’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일당은 투자금 일부를 생활비나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피해자들의 돈을 모두 소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일정한 수입원이 없는 피해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면 쉽게 속는다는 점에 착안해 범행을 시작했다”며 “원금·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권유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투자정보를 제공받는 경우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