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부산에서는 2년 전 발생한 사건에 대한 1심 선고조차 내려지지 않고 있다.

부산의 한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2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 1단독은 지난 22일 선고 예정이었던 ‘부산 중대재해 기소 2호 사건’의 변론을 제시했다. 부산 중대재해 2호 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 2일 9시 42분께 기장군 한 건설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 소속 40대 근로자가 불법 개조한 크레인 위에서 작업대를 설치하던 중 2ｍ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건이다.

검찰은 원하청 업체 모두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원청 법인을 포함해 5명을 기소했다.

발생 2년 여만인 지난해 11월 1심 선고 예정이었지만 담당 판사가 피고인들에게 합의 기회를 더 부여하겠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당시 담당 판사는 “선고 기일을 이례적으로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례적으로 두 달이나 연기됐던 1심 선고는 지난 22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담당 재판부 변경으로 또다시 선고가 미뤄졌다. 새로운 판사가 사건을 파악할 수 있도록 변론이 재개됐고, 다음 공판 날짜는 3월 12일 지정됐다.

부산지역 노동계는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고 공소가 이뤄지는 데 1년이 걸렸고, 다시 재판이 1년 가까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계속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에 따르면 2023년 부산에서는 산업재해로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3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2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1호 사건은 원청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2호 사건은 1심 선고가 연기되고 있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됐고 그동안 전국에서 1200명이 사망했지만, 기소는 60건에 불과하고 35건만 판결이 진행되고 있다”며 “더 이상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