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땅거미가 내리면 어김없이 경남 김해시 도심 밤하늘에 주황색의 영롱한 초승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가야시대 성곽인 분산성(사적 제66호)이 ‘경관조명’이라는 옷을 갈아입고 다시 태어난 것이다.

김해시는 이 처럼 1억5000만 원을 들여 어방동 분산성일대 경관조명 사업을 마무리 짓고 최근 점등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적 제66호인 김해 분산성이 야간경관으로 밤하늘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모습. 김해시 제공

분산성 전체 927ｍ가운데 절반정도인 430ｍ에 주황색 경관등이 설치됐다. 성은 시내 복판에 우뚝솟은 분산(盆山)에 있어 조명발을 받은 성벽이 멀리서보면 마치 초승달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분산성은 동절기는 오후 6시부터 밤 12시, 하절기는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경관조명을 불밝힌다.

야간에 성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서남쪽으로, 김해대로를 지나 내외동~구산동에 이르는 운전자들과 이 지역 거주민이 최상의 감상을 할 수 있다.

시의 허파격인 연지공원 호수에 비친 초승달모양의 성곽이 환상적이라는 주민들의 반응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야간 조명이 분산성의 뱀처럼 구불구불이어진 성벽을 비추면서 새로운 시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김해시 제공

시민이 평소 즐겨찾는 연지공원 호수일대가 야간의 분산성 경관을 볼 수 있는 ‘핫 스팟’이라는 얘기다.

이 처럼 시를 상징하는 분산성에 경관조명이 켜지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시는 2017년 이 사업을 추진하며 당시 문화재청(국가유산청)에 사업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성이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해 기술적으로 성곽벽 일부에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들이 ‘성곽’ 훼손을 반대하면서 장기간 난항을 겪었다.

우여곡절끝에 정부의 뜻대로 2023년 8월 사업 승인났다. 성벽이 아닌 성곽아래 지면에 높이 0.5~1ｍ의 지주대를 세우고 투광등을 설치하는 조건이 붙었다.

절벽 아래 지주대를 세우는 난이도 높은 공사끝에 주황색 투광등 55개를 8ｍ 간격으로 시공하는 작업을 마무리 된 것.

간단한 공사이면서도 2023년 12월 착공, 지난해 12월까지 무려 1년이 걸린 이유다.

야간에 내외동 김해문화관광재단에서 바라본 분산성 전경. 김해시 제공

시는 경관조명을 입고 태어난 분산성을 다양한 관광사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어서 기대감이 크진다.

분산성은 높이 3~10ｍ에 길이 927ｍ를 높이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가야시대 성곽으로 알려져왔다.

대표성인 분산성은 가야시대에 처음 축성된 후 신라 복속을 거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증축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허왕후의 전설이 어린 해은사가 자리하고 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가야권 대표도시인 우리 시를 상징하는 분산성이 주,야간 두개의 얼굴로 다시 태어나 감개무량하다”며 “시민에게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신라, 백제의 성에 비해 뒤떨어지 않은 가야시대 성곽의 위용을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