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폐업하게 되자 근로자들과 입을 맞춰 정부로부터 실제 체불임금보다 많은 대지급금을 받아내려 한 업주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방법원 전경. 국제신문DB

울산지법 형사7단독 민한기 판사는 임금채권보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울주군 한 조선기업 사내 하청업체 사장인 A 씨와 총무 담당인 B 씨는 2021년 회사가 경영난으로 폐업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은 남은 빚과 근로자 임금, 퇴직금 등을 해결하기 위해 체불임금을 부풀리는 편법을 동원할 계획을 세웠다. 근로자들이 대지급금을 실제보다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대지급금은 임금체불 근로자에게 국가가 대신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후 두 사람은 근로자 13명의 근무시간 등이 담긴 임금대장을 조작해 실제 체불임금은 5920만 원인데도 8590만 원인 것처럼 꾸몄다. 근로자 체불 퇴직금 역시 실제로는 3370만 원인데, 3760만 원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나아가 다른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 2명도 마치 자기 회사에서 일하다가 임금 등 1억4000만 원 상당을 못 받은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A 씨는 다른 사내 하청업체에 채무가 있었는데, 해당 업체 근로자 2명에게 대지급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 이를 갚을 생각이었다. 회사 채무를 정부 돈으로 변제하려 한 것이다.

근로자들도 체불임금이 조작된 것을 알면서도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체불임금 금액을 부풀려서 진술한 후 대지급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았다. A 씨는 범행 과정에서 원청 담당 노무사사무소 직원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거짓 서류를 제출해 받으려 한 대지급금이 아주 크지 않고 실제 지급되지는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A 씨는 이번 재판에서 근로자들 임금과 퇴직금 등 3억7000만 원을 주지 않는 혐의에 대해서도 함께 선고받았다. 또 범행을 도운 노무사사무소 직원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거짓 서류로 대지급금을 받아내려 한 근로자들에겐 벌금 100만∼3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