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처음으로 섬을 잇는 야간뱃길(국제신문 2022년 3월 1일 자 9면 보도 등)이 운항 3년 만에 중단됐다. 통영항과 한산도를 오가는 야간 여객선이 운항을 멈추면서 섬 주민의 이동권을 제약하고 ‘밤이 아름다운 도시 통영’의 브랜드 이미지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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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최초로 섬으로 향하던 여객선 야간 뱃길(통영항~한산도)이 운항 3년 만에 중단됐다. 섬 주민의 이동권이 제약되고 ‘밤이 아름다운 도시 통영’ 브랜드 이미지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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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사 한산농협은 통영항과 한산도를 오가던 카페리 여객선 ‘한산농협 카페리1호’가 지난 1일부터 야간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고 3일 밝혔다. 올해 통영시가 운영손실비 지원 예산을 40% 삭감하면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이유다.
야간 카페리 여객선은 2022년 3월 1일 경남 처음으로 통영항과 한산도 제승당을 오가는 항로에 투입됐다. 정원 250명과 승용차 30대를 싣을 수 있는 이 여객선은 오후 7시30분 통영항을 출항해 한산도 제승당에 닿은 후 오후 8시40분 통영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운항됐다.
야간 뱃길이 열리면서 섬 주민의 이동권이 보장되는 등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육지 나들이에 나선 섬 주민이 시간에 쫓겨 배 타기를 포기하고 육지에서 숙박하는 불편이 해소됐다. 통영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됐다. 국내 첫 야간관광 특화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통영항의 야경을 선상에서 즐기는 감동을 선사했다.
야간 카페리를 위해 매년 경남도는 여객선터미널 운영비 1억 원을 지원하며, 통영시는 여객선사인 한산농협에 운영손실금 1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통영시가 올해부터 여객선사에 지원하던 운영손실금을 40% 줄이면서 야간 카페리를 계속 운영하는 건 어렵게 됐다. 시는 2022년 한산농협과 체결한 ‘통영항~한산도 여객선 야간운항을 위한 업무 협약’에 따른 조처라는 설명이다. 협약에 따르면 시는 처음 2년에만 운영손실금을 100% 지원하고, 이듬해부턴 매년 지원비를 20%씩 줄이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20%를 삭감하지 않고, 올해는 협약에 따라 40%를 깎았다.
한산농협은 야간 운항의 특수성을 고려해 운영손실금 삭감 철회를 수차례 건의했으나 협약에 따른다는 답변만 받았다. 한산농협은 연간 1억5000만 원을 받은 지난 3년 동안에도 매달 1000만 원 이상의 적자를 감당하며 섬 주민을 위한 야간 운항을 계속해왔다.
한산농협 관계자는 “야간 운항을 하려면 추가 인건비와 섬마을 버스 투입 등 매년 1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원금을 40% 줄이면 적자폭을 감당할 수 없어 야간운항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야간 운항 중단에 따른 섬 주민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다른 지자체는 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지원은커녕 홀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섬 주민 이동권 보장과 야간 관광 활성화에 대한 통영시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