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건물·교량 파괴하는 폭탄
- 표적지서 8㎞ 떨어진 민가 투하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는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은 사고 발생 후 2시간 가까이 사고 여부나 경위에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는 등 안일한 대처로 도마 위에 올랐다.

6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공군 전투기가 오폭하는 사고가 발생,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은 6일 오폭 사고 브리핑에서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으로 조종사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는 비행 임무를 받은 뒤 출격에 앞서 특정 기기에 표적 좌표를 미리 입력한다. 이후 전투기에 탑승해 해당 기기를 전투기에 장착하면 미리 입력해 둔 좌표가 전투기에 설정된다. 조종사는 이때 입력한 좌표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공중에서도 다시 확인해야 하고, 투하 후에도 맨눈으로 식별해야 한다. 좌표 확인 과정은 조종사가 단독으로 진행한다.

처음 주어진 좌표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조종사의 입력 실수라는 게 공군 측의 설명이다.

잘못된 좌표 탓에 폭탄은 애초 표적지인 훈련장으로부터 약 8㎞ 떨어진 민가로 향했다. 전투기 역시 정상적 투하라면 비행했을 경로에서 벗어났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를 레이더상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전투기가 임무 현장에 폭탄을 투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때부터 폭탄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오폭으로 민가에 떨어진 MK-82 폭탄은 건물이나 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직경 8ｍ 깊이 2.4ｍ 규모의 폭파구를 만든다. 폭탄 1개의 살상 반경은 축구장 1개 정도 크기다. GPS(위치정보시스템) 유도 방식이 아닌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되는 폭탄이다.

군당국은 오폭 사고가 발생하고 100분이 지나서야 공군 전투기에서 MK-82 폭탄이 잘못 투하됐다고 발표했다. 민가에 떨어진 폭탄은 이날 오전 10시4분에 투하됐는데, 공군은 오전 11시41분에서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공군 관계자는 “다량의 실사격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었고,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으나 공군의 탄이 맞는지 등 확인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고로 마을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 A 씨는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반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건물 유리창이 ‘와장창’ 깨졌다. 온몸이 아직도 덜덜 떨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