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역에서 100명이 넘는 오피스텔 입주인을 대상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일명 ‘부산판 빌라왕’ 사건(국제신문 2023년 2월 9일자 1면 등 보도)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일당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피해자들은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이들 일당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인덕 기자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7일 오후 1시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범죄단체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 개최했다. 피해자들은 임대인 서모 씨와 ‘바지 임대인’ 이모 씨가 협력해 부산진구 68개 호실, 동래구 43개 호실 등 부산 전역에서 136명 이상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발생시켰다고 호소한다. 피해금액은 추산되는 것만 155억 원 가량이다. 이 사건은 일명 ‘부산판 빌라왕’ 사건이라 통칭된다.

이들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을 서모 씨와 이모 씨, 다른 중개인 등 6명이 조직적으로 일으킨 범죄로 보고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서모 씨와 이모 씨 등 3명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전세사기 피해자 A 씨는 “경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면서 보전했던 100억 원 가량의 범죄수익이 풀리게 됐다. 이미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들은 범죄수익을 환수 받지 못하게 됐다”며 “이들 일당은 피해자를 속이고, 농락하며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법인 회사에서 직함이 부여됐고, 명령에 따라 행동하기도 했다. 분명한 조직적 전세사기다”고 말했다. 이어 “불기소 처분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공정한 법적 처벌과 피해 복구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대부분 피해자의 나이는 20대·30대다. 많은 사람이 개인회생과 대위변제를 신청했다”며 “도약하기도 전에 사기범에게 미래를 빼앗겼다. 전세보증금을 갚기 위해 또 다시 빚을 진다. 더 이상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사기는 제도의 허점을 노린 사회적 재난이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사기혐의로 기소된 이들 일당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열렸는데, 임대인 서모 씨는 “임차인들을 속인 사실이 없고 임차인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다”며 “대출사기 관련해 분양가를 정상적으로 기재한 매매 계약서도 제출했다”고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