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행정1부(천종호 부장판사)는 화교 A(35) 씨가 부산울산병무청을 상대로 제기한 현역병입영처분취소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 병무청이 ‘외국인’인 자신에게 입영을 통지하자 소송을 냈다.

A 씨는 1990년 부산 서구에서 대만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화교협회에 A 씨의 출생을 신고하는 등 아들을 대만인으로 키웠다. A 씨는 출생 직후부터 거주체류(F-2) 자격으로 국내에 거주했으며, 2007년 3월부터 영주자격(F-5)을 얻어 외국인 등록을 마쳤다. 초등교육 등은 부산의 외국인학교에서 받았으며, 대학도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러던 중 A 씨는 부산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뜻밖의 ‘조언’을 들었다. 본래부터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 출생신고만 하면 ‘한국인’으로 살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애초 그는 먼저 귀화한 아버지를 따라 2016년 7월 귀화를 신청했다. 그러나 외국인청은 A 씨 부모님이 그의 출생 당시 사실혼 관계라 호적상 아버지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봤다. A 씨 출생 당시 국적법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 어머니 국적을 따르도록 규정했다.

이를 근거로 외국인청은 한국에서 계속 생활하려면 주민등록증이 필요할 테니 출생신고를 마치라고 A 씨에게 권유했다. 이에 A 씨는 2019년 12월 귀화 신청을 철회하고, 2020년엔 출생신고도 마쳤다.

그러자 이번엔 병무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귀화 한국인이 아닌, 자연 한국 국적자이니 입대 신체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당시 그는 결혼까지 한 상태였다. 2021년 1월 신체검사를 받은 A 씨는 현역 대상인 2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병역브로커를 동원, 허위 진단서로 재검사를 받았다가 들통이 나 2023년 5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자신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어 병역의 의무도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혼인 외 출생자를 아버지가 인지한 경우 아버지 본국법을 따르도록 한 옛 섭외사법을 먼저 살펴 대만 민법상 아버지의 인지가 마쳐진 혼인 외 출생자는 대만 국적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 아버지가 (아들 출생 직후) 화교협회에 출생신고를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아버지의 국적이 분명하지 않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 씨가 한국 국적과 병역 의무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 씨를 대리한 법률사무소 다물 김현철 대표변호사는 “병무청 측이 사안을 면밀히 검토했더라면 직권으로 현역병 입영 처분을 취소하는 등의 전향적인 검토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못해 소송으로까지 나아가게 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