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위 임차인 세워 대출낸 혐의
- 경찰, 부동산 등 83억 몰수·추징

형편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이들을 허위 임차인으로 모집해 조직적으로 은행에서 전세 대출을 받은 뒤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전국에서 60여 명의 공범을 통해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아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장경찰서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 기장경찰서는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등 조직원 6명을 구속하고, 공범 65명을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46차례에 걸쳐 총 102억 원을 불법으로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6명은 애초 범행을 계획한 조직원으로, 총책과 모집책 교육책 등 역할을 나눠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총책은 과거에도 유사한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형편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공범 65명을 구해 부동산 전세 대출 사기 행각에 가담시켰다. 특히 사정이 어렵고 물정에 밝지 못한 탈북민 일부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일당은 국내 부동산 28곳을 허위 매수인 명의로 구입한 뒤 공범들을 허위 임차인으로 꾸며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위조, 공범 명의로 은행으로부터 받은 전세 대출금을 받아 챙겼다. 일당은 부동산 1곳에 여러 건의 허위 임대차 계약을 중복 체결하기도 했다. 이들은 은행이 대출 심사 때 임차인의 경제력 등을 중점으로 보는 반면, 부동산에 다른 전세 대출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허점을 노렸다. 범행에 이용한 부동산은 주로 아파트였다.

대출은 1건당 보통 1억~2억 원 규모였으며, 공범인 허위 임차인들은 5000만~70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일당은 이렇게 가로챈 범죄 수익금으로 고급 승용차와 사치품 등을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행은 전세 대출 관련 신고를 접수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기장경찰서는 지난해 6월 신고를 받고 조사하던 중 범죄 내용과 유사한 진술을 확보했고, 이를 수상히 여겨 내사와 탐문을 벌인 끝에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기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후 수사를 벌인 끝에 일당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일당과 공범은 인천 강원 등 전국 곳곳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범행에 이용된 조직원의 차명 부동산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조직 소유의 부동산은 모두 몰수·추징했는데, 시가로 따지면 83억 원에 이른다. 법원도 이 부동산의 몰수보전을 이미 결정, 확정판결이 나면 국고로 환수되거나 피해자들에게 돌아간다.

권유현 기장경찰서장은 “일당은 중복 전세자금 대출을 금융기관이 확인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