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인 아들의 계속된 폭언을 견디지 못해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아버지가 중형에 처해졌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0대) 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 2월 17일 오후 5시8분께 부산 금정구 부곡동 길에서 아들 B(30대)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B 씨는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에게도 폭언을 쏟아내는 등 위협적으로 행동하며 오랫동안 가족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B 씨는 부모와 크게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가족이 처음부터 불화를 겪은 건 아니었다. B 씨는 지역의 한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정도로 모범생에 가까운 평범한 청년이었으나, 군 입대 후 불미스러운 일을 벌여 헌병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전역 뒤에는 자신의 병이 부모님 탓이라며 자주 분노를 표출했다.

A 씨 가족은 B 씨가 종교적인 이유와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병을 얻었다고 여겼다. B 씨는 대학 시절 기독교 한 이단종파에 빠진 이후 성격이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 씨가 정신질환을 앓게 된 명확한 계기가 진단되지는 않았다.

A 씨는 범행 이후 “범행을 저질렀다”며 112에 신고한 뒤 도주했다. 경찰은 긴급 수배령을 내리고 추적한 끝에 벌여 당일 오후 6시45분께 부산역 인근에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고귀해 누구도 침해할 수 없고 법이 보호하는 최상위 가치다. A 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피해자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위협적으로 행동한 것은 일부 인정된다. 또 피해자 어머니와 누나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