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 열악한 지자체들 비상
- “국비 비중 증액 촉구할 것”

정부가 민생지원금으로 불리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일부를 지방비로 편성할 계획인 가운데,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지출에 따른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에는 대략 1600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시는 지방채 발행까지 고려하는 실정이어서 중앙정부의 지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청 전경. 국제신문 DB

2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이번 추경안은 총 30조5000억 원 규모로, 이 중 13조2000억 원은 내수경제 소비활성화를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에 쓰인다. 소득 등을 기준으로 1인당 15만~52만 원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달 지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을 위해서는 지방비도 필요하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으나, 국비 지원율은 서울(70%)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80%가 유력하다. 부산인구 325만여 명이 1인당 25만 원을 지급받는다고 단순 계산하면 부산에는 8136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지방비 20% 부담을 적용하면 시와 16개 구·군이 부담할 비용은 1627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부산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이 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공시된 올해 시 재정자주도(본예산 기준)는 50.59%다. 구·군은 북구(23.41%)가 가장 낮고, 기장군(52.06%)이 가장 높다. 재정자주도는 전체 세입 중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재원의 비율을 의미한다.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지표인 재정자립도는 시가 38.38%, 구·군은 10% 미만이 2곳, 10%대가 10곳, 나머지는 40% 미만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이번 추경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부산시의 재정자주도는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반면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26만6000여 명에 이른다. 세입규모와 재정자주도가 부산과 유사한 강원도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10만2000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부산의 재정 부담이 훨씬 큰 편이다.

시는 정부 권고로 지방채 발행까지 염두에 둔다. 시의 지방채는 지난해 말 기준 3조1413억 원에 이른다. 다만, 현금성 지원은 지방채 발행이 불가해 국회에 지방재정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시와 구·군의 재정이 모두 열악한 만큼 20%의 지방비 분담을 놓고도 비율 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분담이 확정되면 시는 구청장·군수협의회에 안건을 상정, 구체적인 비율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조만간 성명 등을 통해 입장을 낼 예정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지방비 매칭은 지자체의 재정 부담뿐만 아니라 절차 위반 소지도 있어 보인다”며 “시·도지사협의회가 국비 비율을 늘리는 입장을 공식화해 힘을 모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부산지역 2025년 재정 여건 현황

지역/재정자주도/재정자립도/단위(%)

-부산시/50.59/38.38
-중구/49.01/22.63
-서구/30.9/12.41
-동구/32.84/14.75
-영도구/27.02/9.49
-부산진구/25.07/17.7
-동래구/28.06/18.07
-남구/28.9/17.07
-북구/23.41/9.88
-해운대구/29.1/24.88
-사하구/31.21/15.07
-금정구/29.5/15.63
-강서구/47.97/39.58
-연제구/29.2/17.5
-수영구/29.98/16.33
-사상구/27.61/15.97
-기장군/52.06/28.06

※2025년 본예산 기준

◇5개 광역시 및 서울특별시 재정 여건 현황

-1인당 25만 원 기준/지난달 기준/단위(%)

지역/재정자주도/지방비 소요 추산

서울/74.67/6996억
대구/41.91/1179억
인천/49.17/1519억
광주/39.75/700억
대전/41.06/720억
울산/46.07/547억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용어설명

-재정자주도: 전체 세입에서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편성·집행할 수 있는 재원의 비율=(자체수입+자주재원)÷자치단체 예산규모)×100

-재정자립도: 자치단체가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자체수입÷예산규모)×100(%)